우면산 12곳 산사태 가능성 더 커졌다

2011. 8. 11. 09:0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우면산 12곳 산사태 가능성 더 커졌다

국토부 용역받은 연구결과 또 폭우땐 더 큰 재앙 우려
15t 덤프트럭 400대 분량의 흙·돌 우면산 남쪽 저수지에 쌓여 있어
지난달 강우량 모의실험 산사태 예측지도 나와
3개 주택단지가 다른 지역보다 집중호우 피해 더 클듯… 정상 배수대책·사방댐 건설 등 방재 대책 서둘러야

조선일보 | 홍서표 기자 | 입력 2011.08.11 03:13 | 수정 2011.08.11 08:51 |

 

지난달 말 서울 우면산에서 발생했던 산사태와 토석류(土石流)의 영향으로 산 전체가 더 위험해진 것으로 진단됐다. 국토해양부 지원을 받아 토석류를 연구 중인 '수충부(물이 들이치는 곳) 및 토석류 방재기술 연구단'은 10일 "우면산 일대에 12개의 산사태 유역이 있으며 이 산사태 루트에 대해 사방댐 설치 등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집중호우 때 더 큰 산사태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우면산 남쪽 비탈의 저수지 일대가 산사태 위험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서울 서초구 우면산 일대에 내린 강우량을 토대로 모의실험한'우면산 산사태·토석류 예측 지도'. 지도의 검은 선이 산사태와 토석류가 발생하는 유역을 표시한 것이고, 붉은 부분은 산사태와 토석류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검은색의 작은 원들은 산사태와 토석류가 흘러내려 피해를 주는 지점이다. /수충부 및 토석류 방재기술 연구단 제공

연구단에 따르면, 우면산 산사태와 토석류로 현재 이 저수지에는 15t 덤프트럭 400대 분량인 약 6000t(3000㎥)의 흙과 돌 등이 1.5m 깊이로 쌓여 있다. 지난번 산사태 때 저수지 아래 마을에 들이닥친 토석류는 상부에서 발생한 토석이 물과 함께 흐르다 저수지에 1차로 쌓인 뒤 일부가 넘쳤거나 둑이 유실되면서 흘러내린 것이다.

저수지가 없었다면 모든 흙과 돌이 이 마을을 덮쳤겠지만 다행히 저수지에 상당량의 토석이 쌓이면서 사방댐 역할을 했다. 산 정상부에서 최초 발생한 토석량이 200㎥였기 때문에 저수지에 쌓인 토석량만을 비교해도 정상에서 저수지까지 약 600m를 이동하면서 규모가 15배 이상 증가했다.

연구단의 이승우 강릉원주대 교수는 "저수지에 쌓여 있는 토석은 여전히 위험 요인"이라며 "이번 집중호우보다 낮은 강도의 비가 내려도 저수지의 토석이 아래 마을에 큰 재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준설이나 둑 보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우면산에서 방배동 쪽 아파트를 강타한 토석류는 경찰이 사용하는 시위 진압용 물대포 3만3000대의 위력이었다고 '수충부 및 토석류 방재기술 연구단'은 밝혔다. 이 아파트로 밀려온 토석류의 유속은 초속 28m였으며, 시위 진압용 물대포 1대의 힘이 600㎏임을 감안하면 2만t 가까운 힘이 이 아파트를 향해 밀려 내려왔던 셈이다.

백중철 강릉원주대 교수는 "산 아래까지 도달했을 때 2만t의 힘을 가진 토석류가 도로와 아파트 공터 등을 지나면서 그나마 힘이 많이 감소해 아파트 단지 중간쯤에서 멈췄다"며 "만약 아파트가 없었다면 아파트 뒤에 있는 빌라들이 모두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강우의 세기를 고려한 '우면산 산사태 및 토석류 예측 지도'도 만들었다. 예측 지도는 지난달 말 우면산 일대에 3일 동안 쏟아진 329㎜의 강우량을 모의실험한 결과로, 그림에서 붉게 나타나는 부분이 산사태와 토석류 발생 지역이고 검은 선이 유역을 표시한 것이다. 12개 유역별로 산 정상에서부터 아래까지 물과 함께 토석과 잡목 등이 쓸려 내려왔고 피해를 본 곳이 작은 원으로 표시된 아파트와 방송사, 주택단지 등이다. 이 지역들은 모두 토사와 흙탕물이 들이닥치는 등 토석류 피해를 봤으며, 7곳에서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3개 주택단지가 다른 지역보다 산사태 범위가 넓어 앞으로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우면산 정상의 군부대가 산사태와 토석류 원인을 제공했다는 논란에 대해 연구단은 군부대의 규모, 시설물 위치, 부대 내 배수구 현황과 배수량 등을 조사해야 판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이번 우면산 사태를 계기로 전국의 산사태와 토석류 발생 우려 지역을 점검해 산 정상부의 배수대책과 산사태 발생 지점 보강, 사방댐 건설 등의 방재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조사에는 연구단 소속의 강릉원주대 박상덕 단장을 비롯해 이승우·백중철·김기홍·윤찬영 교수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