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 꽁꽁… 은행들 달러 확보 비상

2011. 9. 28. 08:4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국제금융시장 꽁꽁… 은행들 달러 확보 비상

유럽은행, 차입 만기연장 거부… 외화채권 발행도 올스톱
달러 차입선 다양화 등 사태 장기화 대책 부심
입력시간 : 2011.09.27 21:16:11
수정시간 : 2011.09.27 21:59:38

 

시중은행 외화조달팀장 A씨는 요즘 몹시 곤혹스럽다. 해외채권 발행 비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달러 자금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그는 "조금만 서둘렀더라도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금리를 더 부담하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건지, 소나기를 피한 뒤에 조달하는 게 나은 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고 했다.

시중은행들의 달러 가뭄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외화채권 발행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화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시중은행들이 속속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이달 초 자본 확충을 위해 4억달러 규모의 달러화ㆍ유로화 표시 채권 발행을 추진했던 하나은행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나은행 측은 "채권 발행 비용이 순식간에 치솟아 외화채권 발행 계획을 잠시 보류한 상태"라며 "원화 채권으로 전환해 발행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1억달러 이상 달러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인 신한은행도 신중 모드로 돌아섰고, 국민은행 역시 홍콩에서 달러표시 채권 발행을 위해 수요 조사를 실시 중이지만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 은행들이 느끼는 체감 분위기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다. 최성환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은 "이달 초만 해도 10년 만기 달러표시 채권은 미 국채금리에 2.4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얹어주면 됐지만 지금은 가산금리가 3.20%포인트까지 올랐다"며 "이 정도 금리를 부담한다고 해도 발행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만해도 달러가 넘쳐나서 걱정이었는데, 1~2개월 새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달러 가뭄 장기화에 대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외국 금융기관의 차입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유사시 한도 내에서 달러를 끌어다 쓸 수 있는 커미티드라인(Committed Line) 협약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현재 은행들이 확보한 커미티드라인이 24억달러 정도여서 당분간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내년 초 유럽 재정위기의 파장이 미국 등 전세계로 확대될 경우에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