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31. 05:35ㆍC.E.O 경영 자료
저소득…저학력층… 그들에 필요한건 `기회의 재분배`
매일경제 | 입력 2011.10.30 18:29
◆ 분노의 시대를 넘어서 ① 이제는 공감자본주의다 / 오피니언 리더에게 들어보니…◆'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된 기득권을 향한 분노 시위가 세계 전역으로 번졌지만 한국은 아직 미풍이다. 하지만 대규모 시위 단계가 아닐 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20~40대 표심은 기성 질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은 분노 수위를 드러낸 지표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분노의 시대를 넘어' 시리즈 연재를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들과 제12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했던 해외 석학ㆍ기업인에게 분노를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들었다.
◆ 패자도 부활할 수 있어야 진보 진영의 대표 논객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를 '중산층 위기'에서 찾았다. 이로 인해 양극화 범위도 소득과 자산뿐 아니라 교육, 건강 등 주변 영역으로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학벌과 직장 얻기에 실패하면 사회에서 사실상 버림받는 게 바로 한국"이라는 얘기다.
조 교수는 "외환위기 이전엔 지방대를 졸업한 뒤 취업해 10년 정도 회사를 다니면 전세 끼고 대출받아 집을 살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명문대를 졸업해도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는 태생적 로또나 진짜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내집 마련이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
해법으로는 '기회의 재분배'를 제시했다. 그는 "100명 중 50등쯤 되는 평균적인 사람들이 평균을 조금 넘는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용 양극화가 만연한 상태에서는 일차적으로 우리 사회가 이들을 위한 패자부활전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어 "사회적인 학력 디폴트값(기본값)을 대졸에서 고졸로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대학 수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 80%에 달하는 과도한 대학 진학률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기업들의 고졸 채용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리트 계층의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분노도 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 교수는 "평범한 사람들의 선량한 저축을 무력하게 만드는 금융 범죄, 이른바 '화이트칼라 크라임'은 형량을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호민관으로 활동했던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기업에도 패자부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 문제는 중소기업 지원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한정된 자원으로 양극화를 줄이려면 퇴출될 기업은 퇴출하고 살아남을 기업은 육성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선 기업이 퇴출되면 대표이사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기업인들이 부실 상태를 알면서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들이 문을 쉽게 닫고 열 수 있도록 인수ㆍ합병(M & A) 거래소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대해서도 "대기업에서 업종을 떼어내 중소기업에 준다는 생각은 오히려 갈등만 유발시킨다"면서 "대기업의 기술 탈취를 제도적으로 막는 한편 정보 불균형을 바로잡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성장 없는 분배는 갈등을 초래하고, 분배 없는 성장은 허탈하다"며 "결국 한국이 혁신국가가 되는 수밖에 없으며 기존 산업에서 진입 장벽을 허무는 동시에 고성장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교육과 노동시장 개혁이 급선무 보수 진영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의 박세일 이사장은 성장 전략의 핵심을 친고용 정책으로 탈바꿈시킬 것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이동 노동시장(transitional labour market)' 정책을 통해 교육과 고용, 복지가 연계되는 '황금 삼각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 노동시장 정책이란 재교육과 복지 혜택을 국민이 실업 상태에 놓였을 때 맞춤형으로 신속히 제공하는 친고용 성장 정책을 가리킨다.
박 이사장은 "삶의 질 향상은 성장 없이 불가능하다"며 "양극화 때문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더 이상 예전처럼 고임금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20대에 입사 후 시간이 흐르면 60대 퇴직 전까지 임금이 상승하는 '정주 노동시장'이었던 반면 이제는 취업과 재교육, 퇴직을 반복하는 '이동 노동시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잦은 퇴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준다면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세금만으로 무상 복지를 실현하는 것은 진정한 복지가 아니다"면서 "맞춤형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퇴직 시점에 적절한 복지 혜택을 제공해 시너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1950~1970년대 교육 개혁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양극화가 줄어들었던 것처럼 한국도 본격적인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 이사장은 "주거비가 높은 것도 교육 환경이 좋은 곳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육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정년 연장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공기와 같아 결코 사유화될 수 없다"며 "특히 상장회사는 사회적인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수명이 늘어나면서 70세가 되더라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하나투어는 정년을 65세로 유지하고 있다.사회 전반적으로 노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년이 연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어 "금융회사의 과도한 고임금은 개선돼야 한다"며 "차라리 일자리를 늘리고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이진우 차장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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