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키우려다 외국기업만 큰다

2011. 11. 4. 09:07C.E.O 경영 자료

中企 키우려다 외국기업만 큰다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3>중기적합업종 특별법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국내 중소기업을 육성하기는커녕 외국기업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재계 관계자는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여·야·정 합의체가 FTA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원특별법' 제정에 합의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국내기업의 발목만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적합업종 특별법은=문제의 특별법은 크게 4가지 내용으로 검토된다. 우선 △적합업종을 동반성장위원회가 심의의결해 중소기업청장이 고시하고 △적합업종에 대기업 진출을 금지하며, 위반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또한 △적합업종에 이미 진입한 대기업은 해당 사업을 2년 이내에 중소기업에 이양해야 하고 △적합업종 일몰기간은 3년으로 하되 3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문제는 이 법이 제정되면 국내 대기업들에만 적용되고 외국계 기업에는 강제하기 힘들다는데 있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들에 이런 규제를 가하면 무역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자율이 아니라 법제화할 경우 결국 족쇄가 국내기업들에만 채워지고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허약한 체력의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거대 외국기업이 해당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기업에만 득된다=이런 우려는 과거에 검증됐다. 조명산업의 경우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나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중소기업의 고유 무대였다. 정작 정부가 중소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국내 대기업의 참여를 저지한 사이 글로벌 기업 3개사가 국내시장의 3분의2가량을 과점했다. 현재 국내 조명업체수(등기구, 안정기, 램프)는 5900여개며 이중 5명 이하 영세업체 비중이 약 80%를 차지하고 국내 주요 3개사의 시장점유율은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글로벌 기업인 GE·필립스·오스람이 전구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는 링에 헤비급 선수를 내보냈는데, 우리는 라이트급만 내보내 번번이 패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진출로 논란이 벌어진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업종 가운데 문구시장은 세계적 기업인 3M이 장악했다. 중기적합업종 품목 지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재생타이어나 데스크톱PC 등도 유사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우려다.

 한국타이어나 금호타이어 등 국내 대형 타이어업체들이 재생타이어시장에서 물러나면 그 자리를 국내 중소기업이 아니라 세계 3대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 미쉐린, 굿이어 등이 차지할 수 있다. 미국 재생타이어시장을 브리지스톤(42%) 굿이어(28%) 미쉐린(23%) 3개사가 93% 장악한 게 방증이다.

 데스크톱PC시장도 HP와 델 등이 버티고 있는데 이들은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철수'를 반길 가능성이 높다.

◇중기 육성은 가능할까=중기적합업종 지정이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중기 고유업종제도는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와 달리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산업경쟁력이 약화되는 등의 폐해로 2006년에 폐지됐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중소기업에서 막 졸업한 중견기업들도 규제대상에 포함돼 이들이 중소기업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샘표식품은 장류사업 전문화를 통해 지난해 중견기업으로 진입했으나 중소기업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이 시장에서 사업 축소 권고를 받았다. 이런 사례가 속출하면 우량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증후군'이 만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사업적 측면 외에도 기존 사업의 강제이양은 소비자, 대기업 근로자, 협력사,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위헌 소지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