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1. 10:18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왜 한국엔 명품 속옷이 없죠?"
[머니위크]일본서 '무버진' 열풍 일으킨 언더웨어 기업 '1234' 오택동 대표
- 머니위크 김진욱 기자 입력 : 2011.12.31 10:22 조회 : 213959
지난 11월24일 일본 도쿄의 패션 중심지인 오모테산도 힐. 세계 최초의 진(Jean) 전문 언더웨어를 표방한 ‘무버진’의 론칭쇼가 열렸다. 제조사는 한국의 언더웨어 전문기업 (주)1234였다.
세계적인 명품 론칭쇼 전문 연출가인 일본의 후지사와 씨는 행사를 제안한 1234측에 무상으로 쇼케이스를 마련해 줄 만큼 무버진에 매료됐다고 한다. 론칭쇼가 진행되는 동안 도쿄의 MX방송사는 물론 일본섬연신문(일간), WWD For Japan(일간), 섬연뉴스(일간) 등 현지 신문사들도 ‘청바지 전용 속옷’에 남다른 관심을 표하며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지난 3월 명품 언더웨어를 내세우며 탄생한 1234가 짧은 시간 안에 일본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듯 이 회사의 사령탑인 오택동(46) 대표가 국내 속옷 전문 대기업 쌍방울의 부회장 출신이라는 점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과감하게 남성의 ‘심볼’이 돋보이는 섹시 콘셉트를 가미한 것은 물론, 16가지 패턴으로 실용성과 화려함을 갖춘 무버진의 일본상륙에 자신감을 가졌고, 그가 알고 있는 일본 내 인맥을 총동원해 첫 론칭쇼에 올인했던 게 주효했다.
◆남성 '심볼', 16가지 패턴, 그리고 화려함
“후지사와 연출감독이 무버진을 보자마자 비용을 전혀 받지 않겠다며 론칭쇼를 하자고 역 제안할 정도였어요. 그 때 자신감을 얻었죠. 론칭쇼가 끝난 후 보통 모델들은 자신이 착용했던 속옷은 그냥 놔두고 가는데 무버진 만큼은 다들 몇 벌 씩 챙겨가더라고요.(웃음)”
(사진=류승희 기자)
론칭쇼가 열린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일본의 대형 유통회사들은 무버진 납품을 요청하며 1234측에 총 5만개의 제품을 주문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중국 바이어들도 대형 백화점에 무버진을 임점할 수 있게 해달라며 1234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무버진이 해외 패션업계 관계자들을 짧은 시간 내에 자극(?)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아이디어와 실용성, 디자인의 삼박자가 잘 결합된 덕분이다.
쌍방울의 수석 디자이너들이 5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시킨 무버진은 우선 과감하게 남성의 심볼 주머니를 만들어 섹시함과 편리함을 동시에 추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무버진 유저들 사이에서 ‘코끼리 팬티’라는 애칭이 나온 이유다. 여기에 일반 속옷이 3가지 패턴을 사용하는데 반해 무버진은 총 16개 패턴을 취해 실용성을 한층 높였다. 비타민, 이집트, 타투, 에르메스 등의 화려한 디자인과 다채로운 색상도 무버진의 또다른 매력이다.
그러나 무버진이 처음 디자인됐을 때만 해도 이같은 ‘화려함’을 갖추진 못했다. 섹시한 콘셉트의 속옷이기는 했지만 상품화 단계에서 대중들의 이목을 선뜻 끌어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오택동 대표의 '손'이 그같은 결점을 장점으로 뒤바꿔 놓았다.
“쌍방울에서 몸담았던 경험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무버진이 5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변변한 론칭쇼도 열지 못하고 일반인들에 다가가지 못한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주)1234를 만들면서 무버진을 대표 브랜드로 키우기 시작한 거죠.”
◆ 3년내 일본서 40만장 판매, 20억엔 매출 목표
무버진의 성공가도를 예상한 오 대표는 속옷의 기능성 연구에 더욱 매진할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하면서도 법인설립 직후 스페인,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취했다. 이어 유럽 현지에서 ‘좋은 신호’를 감지하자마자 곧장 일본시장을 겨냥해 본격적인 론칭쇼를 선보였다.
특히 그가 일본을 주 타깃시장으로 겨냥한 데에는 '목적성'이 있다. 일본은 해외브랜드의 진입장벽이 높지만 아시아 패션흐름을 주도하고 있고, 만약 일본에서만 성공한다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의 패션 속옷 시장까지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여기에 1234의 속옷 제품들의 강한 패션성이 일본소비자에게 적합하다는 자신감도 작용했다.
“무버진을 통해 기존 속옷의 틀을 깨고자 합니다. 세계 인구의 70%가 청바지를 입습니다. 청바지만을 위한 속옷, 그리고 남성들의 상징성을 돋보이게 하는 속옷을 통해 세계 패션업계의 ‘명품 속옷’ 반열에 오르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오 대표는 무버진으로 일본에서 3년 이내에 40만장 판매, 20억엔(3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겠다는 목표치를 잡았다. 이후 상황에 따라 티셔츠나 액세서리 등 청바지 관련 아이템을 추가해 무버진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계산도 세워놨다.
그럼에도 오 대표가 생각하는 무버진의 최종 ‘안착지’는 일본도 국내도 아닌 중국이다. 국내 언더웨어 시장이 1조5000억원인데 반해 중국은 300조에 가까워 볼륨면에서 이미 중국은 가장 메리트 있는 속옷시장이라는 것이다.
◆'코끼리 팬티'로 패션 한류 이끄는게 꿈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무버진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실제 본격적인 론칭행사를 전혀 갖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코끼리 팬티’라는 애칭과 함께 현재 국내의 주요 백화점과 서울 강남의 명품 샵 등에서는 무버진의 입점제의를 요청하는 문의가 늘고 있다.
K-POP처럼 문화적 한류가 대세인 게 요즘이다. 1234의 오택동 대표 또한 청바지 전문 속옷을 전면에 내세워 ‘패션 한류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그 날을 꿈꾼다. 그런 그가 늘 하는 말이다.
“왜 한국에는 세계적인 명품속옷이 없죠?”
'분야별 성공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60세 창업해 연 15억 `대박' 65세男, 비결이 `헐~' (0) | 2012.01.17 |
---|---|
"트위터로 `타코` 트럭 위치 홍보…1년만에 강남 매장 열었죠" (0) | 2012.01.03 |
황정음 40만원 잔고 10억으로 늘어난 이유 (0) | 2012.01.01 |
"실패 두렵지 않다" 세계시장 두드린 창업전사 200명 (0) | 2011.12.30 |
5천만원으로 `어그부츠` 수입해 연매출 260억 번 40대男 (0) | 2011.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