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불법 다단계 피해실태… “의류회사에 빈자리” 가보니 합숙소

2012. 2. 4. 09:15이슈 뉴스스크랩

[서민생활 침해 강력 대응] 대학생 불법 다단계 피해실태… “의류회사에 빈자리” 가보니 합숙소
국민일보|
입력 2012.02.03 19:10
|수정 2012.02.0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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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에 다니던 김모(24)씨는 지난해 말 군대동기인 이모(24)씨와 안부전화를 하던 중 월 180만원을 받는 서울의 한 의류회사에 빈자리가 있으니 이력서를 보내라는 요청을 받았다. 김씨는 이력서를 제출한 뒤 3일 만에 취직이 됐다는 연락을 받고 서울로 왔다. 그런데 이씨는 "일자리가 네트워크회사로 갑자기 바뀌었다. 이왕 왔으니 회사에서 일주일만 교육을 받아보자"고 권유했다. 결국 김씨는 이씨를 따라 한 불법 다단계회사가 운영하는 합숙소로 들어갔으며 다단계판매의 수렁에 빠졌다.

정부가 불법다단계업체에 대해 직권조사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다단계업체가 취약계층, 특히 청년실업에 허덕이는 대학생에 미친 해악이 크고 깊기 때문이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2년 다단계판매업체 수는 419곳, 매출액은 3조8102억원이었다. 다단계업체 매출액은 2004년에 4조4719억원으로 절정에 달한 뒤 2008년 이후부터는 2조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최근 일부 다단계업체가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심화되자 취업을 미끼로 대학생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여 각종 편법과 피해를 양산시키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학생들을 합숙소와 찜질방 등에서 강제 합숙시키면서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세뇌교육을 한 뒤 대출알선과 사재기를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대학생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합숙소에서 교육을 받던 대학생 A씨는 지난해 상위판매원에게 이끌려 저축은행에서 800만원을 대출받아 물건값, 상위판매원 마진 제공, 합숙소 비용 등에 지급했으며 나중에는 승진을 위한 판매확대 명목으로 추가로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최근에는 부업 등을 명목으로 휴대전화 가입을 유도하고 다른 고객을 모집하면 수당을 지급하는 등의 신종 다단계 영업방식도 늘어나는 추세다.

공정위는 판매원 가입조건으로 수백만원에 이르는 물건을 구입하도록 해 3만여명에게 1100여억원의 피해를 입힌 대학생 다단계업체 2개사를 최근 적발, 제재조치를 취한 바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일정규모 이상 소비자피해를 유발한 업체는 등록이 자동취소돼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