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부대' 410만… 뭐든 쪼개야 팔린다

2012. 2. 15. 08:4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솔로부대' 410만… 뭐든 쪼개야 팔린다

조선비즈 | 김남인 기자 | 입력 2012.02.15 03:17 | 수정 2012.02.15 07:37

 

롯데백화점은 17일 시작되는 가구전(展) 이름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매년 해오던 '혼수 가구 박람회'였지만 올해는 전시 가구 중 10%를 싱글 침대, 1인용 소파 등 1인 가구(家具)로 채운 데다, 이 가구들을 눈에 띄게 배치하기로 하면서 행사 정체성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이 백화점이 '혼수' 상품에 1인 가구를 끼워넣은 것은 1인 가구 매출이 최근 2년간 20% 이상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혼수 가구 매출은 5% 성장에 그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젠 혼수 가구 매출을 끌어올리려 1인 가구를 함께 배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고객에게 발송하는 쿠폰북과 POP(Point of Purchase·광고지)에는 1인 가구를 부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1인 가구의 증가로 소형 가전 수요가 늘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소형 가전 특설 매장’이 마련됐다. 이 매장에는 2~3인용 전기밥솥, 30인치 이하 소형 TV 등이 전시돼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혼수 상품전에서 1인용 상품을 끼워 넣어야 할 만큼 혼자 사는 가구(家口)가 급증하고 있다. 2000년 220만 가구(통계청)였던 1인 가구는 2005년 317만, 2010년에는 410만 가구로 늘어났다. 10년 만에 배가 뛴 것으로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늦은 결혼, 이혼 증가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긴 일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연구 보고서를 통해 1인 가구를 ▲만혼 추세로 생긴 골드 미스·미스터 ▲우울한 싱글인 산업 예비군 그룹(20~30대) ▲가족 해체로 생긴 불안한 독신자 ▲실버 세대로 나누고, 기업이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誌)도 최근호에서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특징을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라 표현했다. 작년 미국 내 1인 가구 비중은 전체의 28%로 역사상 가장 높았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의 구매력. 2010년 미국 솔로의 연평균 지출은 3만4000달러로, 2인 이상 가족(2만8000달러·1인당)보다 많이 썼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상품 개발, 판매, 마케팅 전략을 점차 1인 가구에 맞추고 있다. 쉐보레가 광고에 여자 친구와 휴가를 보내는 여성 운전자를 등장시키고, 예물 반지 브랜드로 인식되던 드비어스가 미혼 여성을 위한 '오른손 반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국내 기업들도 1인 가구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는 당근·양파 등 기존 음식 재료를 3분의 1 분량으로 줄여 990원에 판매하는 '990야채'를 내놓고, 4인 가족 기준으로 네 조각씩 팔던 생선은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1~2조각으로 포장해 내놨다. 990야채는 출시 2년 만에 전체 야채 코너 매출의 20%를 차지한 상태. 두부·계란을 2~4조각씩 담은 상품도 매출이 50%씩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크기와 분량을 줄인 상품이 전체 가공식품의 30%를 차지한다"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2008년부터 3년간 레토르트 식품 매출도 56% 늘었으며, 특히 국내 즉석밥 시장 규모는 2008년 900억원에서 2011년 1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식음료뿐 아니라 소형 TV·전기밥솥 등 1인 가구를 겨냥한 가전제품 역시 판매가 늘었다.

롯데백화점에서 2~3인용 전기밥솥은 1년 전만 해도 거의 팔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전체 전기밥솥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전화 이용 패턴도 바꾸고 있다. 2008년 2213만에 달했던 전국 집전화 가입자 수는 2010년 처음으로 1900만대로 떨어지더니 작년 1863만으로 줄었다. 부동산 시장도 '1인 가구' 특수를 누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시내 오피스텔 공급 물량은 2009년 1035실에서 2011년 1만775실로 10배가 늘었다. 도시형 생활 주택 공급 역시 같은 기간 786가구에서 2만4300가구로 급증했다. 서울대 김병도 교수(경영학)는 "1인 가구의 증가는 베이비붐 다음으로 큰 사회적 변화"라며 "제품 소형화는 1인 가구 증가에 대처하는 초보적인 접근이고, 1인 가구가 SNS에서 '가상의 가족'을 형성한다든지 하는 생활 패턴·동선을 파악해 기업들이 더 진화한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