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긴 동네빵집…1급 영업비밀은 바로
2012. 2. 23. 08:59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대기업 이긴 동네빵집…1급 영업비밀은 바로<세계일보>
- 입력 2012.02.22 (수) 19:25, 수정 2012.02.23 (목) 02:08
대기업 빵집 이긴 동네빵집서 배우는 자영업 생존코드
20120222005044
-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손님들은 다윗의 손을 들어주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 있는 동네 빵집 ‘쉘브르’ 얘기다.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유명식품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인 파리바게뜨가 떡 하니 버티고 있었지만 손님들은 쉘브르로 몰려갔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파리바게뜨는 결국 영업시작 7개월 만인 지난달 문을 닫았다.
쉘브르가 대기업 빵집과의 ‘항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장인정신에 있었다. 맛과 품질을 높이는 데 전력을 쏟고 동네 빵집만의 넉넉한 인심도 아끼지 않았다.
“대기업 빵집이 동네 빵집을 다 잡아먹는다는 뉴스만 보다가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매출은 순식간에 반토막 났지요.”
쉘브르 이향란(47·여) 대표는 22일 가슴 졸였던 시간의 기억을 힘겹게 털어놓았다.
제빵사 남편과는 1992년 결혼했다. 이듬해 빵집을 열어 그동안 걱정 없이 지내왔다. 지난해 난데없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치고 들어오면서 생애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생계에 위협을 받다 보니 밥맛이 없고 잠을 제대로 못자 한 달 새 몸무게가 4㎏이나 빠졌지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을 문닫게 한 수원시 장안구 동네 빵집 ‘쉘브르’의 대표 이향란(왼쪽)씨와 제빵사로 일하는 남편 손민식씨가 22일 갓 구운 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수원=김준범 기자
대기업 가맹점과 겹치는 제품은 10% 할인해 판매하고 품목에 따라 양도 배로 늘렸다. 대기업 가맹점이 취급하지 않는 제품은 품질과 식감을 높여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영업시간도 밤 12시에서 새벽 1시30분까지로 연장했다. 제품의 신선도를 높이고 서비스도 강화했다.
쉘브르에서 만난 김모(31)씨는 “10여년간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데 빵맛이 뛰어나고 양도 넉넉하다”면서 “수시로 덤까지 얹어주니 자연히 다시 찾게 된다”고 말했다.
거대 식품기업에서 운영하는 제빵 가맹점이 ‘동네 빵집’과의 싸움에서 밀려 문을 닫은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자영업자 빵집은 2003년초만 해도 1만8000여개에 달했지만 지난해 말 1만4000여개로 급감한 상황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전국에 3000개가 넘는 가맹점이 있는데 골목상권에서 밀려 폐업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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