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에도 윤리적 소비가 느는 이유

2012. 4. 15. 11:08C.E.O 경영 자료

 

고물가 시대에도 윤리적 소비가 느는 이유

[생활 속 윤리 사전]<1>'구매는 투표'...윤리적 소비 기초 상식 머니투데이 | 유보라 이로운닷넷 에디터 | 입력 2012.04.14 11:05 | 수정 2012.04.14 12:14

[머니투데이 유보라이로운닷넷 에디터][[생활 속 윤리 사전] < 1 > '구매는 투표'...윤리적 소비 기초 상식]

'윤리적 소비'란 말은 이상한 조합처럼 들린다. 윤리(倫理)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한다. 소비(消費)란 돈이나 물자, 시간 따위를 들이거나 써서 없애는 것이다. 과연 소비가 윤리적일 수 있을까? 더군다나 최근 물가 상상으로 중산층도 가격에 민감해졌다.





↑재활용, 공정무역, 사회적기업 상품을 판매하는 아름다운가게 인천 연수구청점 모습 ⓒ아름다운가게

가격이 구매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물가 시대이지만 소비자는 가격 이외의 요소를 구매 결정에 고려하기 시작했다. 무조건 싼 제품만 선호하는 행위가 공급자는 물론 소비자 자신을 해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11년 '윤리적 소비자가 몰려온다'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윤리적 소비는 가격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제침체기에는 축소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계에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부터 2009년 사이에 윤리적 상품 구매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세계공정무역인증기구(FLO)는 2009년 공정무역 제품의 매출액이 약 5조3000억 원으로 2008년 4조6000억 원보다 15%가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2008년 280%, 2009년 21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윤리적 소비란 소비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상품을 구매하거나 소비하는 행위다. 주로 친환경 상품, 공정무역, 공정여행, 로컬푸드, 사회적기업 상품 구매를 가리킨다.

영국의 비영리 대안소비 단체인 에티컬컨슈머(www.ethicalconsumer.org)는 윤리적 소비를 '지갑 속에 있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라 표현한다. 소비자는 구매 행위를 통해 자신이 보기에 '착한' 기업을 지지하고 '나쁜' 기업에 대해서는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동착취공장(sweatshop)'에서 만들어진 값싼 옷을 사는 것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데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다. 연료 소비가 많은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은 기후 변화에 찬성표를 던지는 셈이다.

쌀, 밀가루, 커피, 차, 야채 같은 생활필수품을 구매할 때도 상품공급사의 운영 방식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이 나타난다. 유기농 생산물을 선택하는 것은 환경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해 지지를,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인권을 위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구매행위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유기농 농산물과 공정무역 제품을 생각해 보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제품은 소수의 사람들이 전문매장에서 구매하는 '특별한' 상품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요가 늘면서 이젠 이마트 등 대형마트나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에서도 유기농, 공정무역 제품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한살림, 아이쿱 등 소비자협동조합에 이어 이로운몰 등 윤리적 소비 전문몰도 생겼다.

'바람직하지 않은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 즉 불매운동도 윤리적 소비를 확산시켰다. 미국, 일본, 유럽 등 각지에선 수십 년 동안 윤리적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제품과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고 실제로 기업의 변화를 이끌었다.

소비자들은 최근에도 큰 변화를 이끌었다. 소비자권익 및 환경보호단체들은 지난 2월 뉴욕 그랜드센트럴 역의 애플 매장을 방문해 25만여 명의 서명이 담긴 진정서를 전달했다. 새로 출시되는 아이폰5를 만들 때 중국 근로자들의 노동여건을 개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지난 3월말 애플과 중국 내 애플의 최대 부품생산업체인 팍스콘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고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데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