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이 가벼운 공지영과 묻지마 RT

2012. 4. 15. 11:51C.E.O 경영 자료

[데일리안 데스크 ]‘개새끼론’과 ‘잘자란 촛불소녀’

‘촛불소녀가 돌아왔다.’ 서울 20대 투표율이 64%라는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서 나온 투표율을 가지고 이런 분석까지 하는 것은 오버일까? 어떤 트위터리안은 ‘잘 자라준 촛불소녀야’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하루전만해도 20대 투표율 27%, 20대 여성투표율 8%라는 루머까지 떠돌며 20대가 공공의 적으로 매도당하던 분위기에서 급반전이다. 이제는 촛불소녀라고 치켜세우며 20대 너희들에겐 희망이 없다던 정치인은 정계입문 한 달 만에 낙선했다고 꼬집고 있다니. 정말 참을 수 없이 가벼운 트위터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쉴새가 없었다. 페친과 트친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몇 개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새글이 올라와서 몇시간 지난 글은 이미 저~ 아래로 내려가 버려 글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그날 그날 확인 안하면 놓치는 글도 많았다. 선거전이 한창일때는 정치인들의 멘션이 너무 많아서 흥미를 잃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쉴새없이 지저귀는 SNS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어떤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한마디씩 남기는 것이 재밌기도 했고 관심글에 ‘좋아요’을 눌러주는 재미, 댓글이나 리트윗(RT)을 보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내가 쓴 글에 누군가 관심을 보이면 더 신이 났다. 그러다보니 나도 어느샌가 인터넷포털의 낚시성 기사제목처럼 관심을 보일만한 내용으로, 궁금해할만한 내용을 찾고 쓰게 된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어떤 목적의식이 너무 투철해서일까?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또는 후보가 유리한 글이라면 덮어놓고 ‘대방출’을 서슴지 않는 일들이 이번 선거에서 유독 자주 벌어졌다. 특히 트위터에서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난다. 트위터에 퍼지는 루머에 한 두번 당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른바 파워트위터리안이라는 사람들의 ‘묻지마RT’는 트위터를 오염시키는데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다.

◇ ⓒ 공지영씨의 트위터 내용 캡처

“트위터를 ‘오염’시킨다기보다 원래 트위터는 그런 곳이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그래, 그런 곳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듣는 사람들이 알아서 가려가면서 들어야해.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 유포하는 사람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어. 그러니까 트위터에 출처, 근거,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야.” 하고 넘어가야할까? 솔직히 나의 결론은 여기에 가깝다.

악성 트위터리안 경계

하지만 이 사람의 트윗에는 특히 경계령을 내리고 싶다. 최근에 이 사람이 보낸 트윗이 잇따라 잘못된 정보로 드러났다. 한미FTA 논쟁이 한창일때는 있지도 않은 일본행 항공기 일등석 아줌마 이야기를 꺼냈다가 덜미가 잡히고, 투표일에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투표율 78%라는 트윗을 RT했다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사과를 했다. SNS가 특히 2040의 여론을 많이 반영한다고 하는데 이런 묻지마 RT가 여론을 호도한다.

잘못된 정보를 자신의 팔로어에게 보내놓고는 한다는 변명이 잘못은 인정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묻지마RT’를 하겠다고 했다. ‘여기 사람 물에 빠졌는데 아무도 없네요’라는 멘션에 빠졌나 안빠졌나 확인할 시간은 없다는 생각으로 일단 RT를 하겠다는 거다.

하지만 이 사람의 트윗 내용이 생명을 구하는 일은 분명 아니었다. 도리어 이 사회를 1 대 99로 나누는데 일조하고 있다면 어떤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하다 싶으면 덮어놓고 방출하는 것. 이 사람은 파워 트위터리안이라기 보다 그냥 ‘팔로어가 많은 트위터리안’일 뿐이다. 앞으로 이 사람의 멘션과 리트윗이 뉴스가 되거나 신뢰를 얻어서는 안된다.

공지영이 보는 세상은 단 두 부류

아마 이쯤이면 예상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바로 소설가 공지영 씨다. 나는 사랑에 대해 알아갈 때 공지영 씨의 소설을 즐겨 읽었고, 성인이 된 후 막 딸을 낳았을 때 그의 딸 위녕에게 쓴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감명 깊게 읽었다. 책의 내용은 내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쏙쏙 담겨있었다. 딸 가진 친구에게 추천해주기도 했었다. 그때는 공지영작가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까지 한 몫을 하고 있던 때라 더 가슴에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그 책의 내용은 그 자체로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달라진 것은 그 책의 진실성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소설이면 어차피 지어낸 건데 뭐 어때? 하고 생각하겠지만 공지영 씨가 ‘도가니’를 쓰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썼을 때는 단지 소설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미 현실사회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독자 한 명이 등을 돌렸다고 해서 한국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인세수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단지 나는 독자의 한명으로서, 소설가로서 그녀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세상을 양극단으로 보고 네편 내편으로 가르는 그녀의 세상을 보는 방식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녀가 진심으로 이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고 약자를 위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사회를 이분법으로 보는 사고방식부터 재고해 보길 바란다.

글/최옥화 청년지식인포럼 storyK 정책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