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해외 주재원 선발시 인사 평가 점수 비슷할 경우 흡연자 최대한 배제하기로
최근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산업 재해 판정도 영향 준 듯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부품(디바이스솔루션·DS)사업 부문 3만5000명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앞으로 흡연자들은 임원 승진, 해외 주재원 선발, 해외 지역 전문가 선발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완제품 부문과 부품 부문 등 양대(兩大) 조직으로 나눠져 있다. 부품 부문은 반도체와 LED(발광다이오드)사업을 담당하며, 권오현 부회장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이번 결정 역시 권오현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런 조치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혈소판감소증 및 재생불량성빈혈'이 발병한 근로자 김모씨에게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산업 재해 판정을 내린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승진 대상자 간 인사 평가 점수가 비슷할 경우 흡연자를 탈락시킨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원 승진은 물론 해외 주재원 선발, 해외 연수자 선발 때에도 흡연자를 최대한 배제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 DS 부문 소속인 반도체사업부(3만2000명)와 LED사업부(2500명)에 소속된 모든 직원에게 해당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DS 부문 전 직원에게 금연서약서를 받기로 했다. 또 DS 부문 내 그룹장·팀장 등 보직을 맡은 간부들 중 흡연자에 대해서는 금연 때까지 매달 흡연 여부 검사도 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연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추는 동시에 쾌적한 근무 환경 조성과 임직원 건강 증진을 위해 흡연과 인사를 연결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DS 부문은 이에 앞서 2010년부터 직원들에게 금연을 독려하고 있다. 2010년엔 전 사업장을 자율금연지역으로, 작년부터는 강제금연사업장으로 지정해 아예 회사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DS에 국한된 것이지만 휴대폰·TV를 만드는 완제품 부문도 조만간 비슷한 조치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완제품 부문 역시 주력 사업장인 수원사업장을 지난해 강제금연사업장으로 지정하는 등 금연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완제품 부문 직원들은 담배를 피우려면 사무실 빌딩을 나온 뒤에도 200m 이상 걸어 사업장 정문 밖까지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담배를 끊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