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폭탄…소비위축은 `벌써` 경제위기는 `아직`

2012. 4. 23. 08:43C.E.O 경영 자료

입력: 2012-04-22 17:14 / 수정: 2012-04-23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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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부채경제학' 보고서

작년 10가구 중 1가구 소득 40% 이상 빚 상환
주택가격 큰 폭 하락땐 가계대출 부실 '심각'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나왔다. 단기간에 경제위기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지만 가계부채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장기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위험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22일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부채’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작년 6월 말부터 한은이 운영해온 ‘가계부채 태스크포스(TF)팀’의 결과물이다.

◆가계부채, 소비위축 초래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상환비율은 2009년 3분기 2.51%로 2%대 중반을 넘어선 후 작년 4분기 2.83%까지 높아졌다. 작년 말 가계부채는 921조9000억원으로, 이에 대한 이자를 갚는 데만 작년 4분기 가계 처분가능 소득의 2.83%를 썼다는 의미다.

박양수 한국은행 계량모형부장은 “현재 가계부채 수준은 이자상환에 따른 부담이 소비에 영향을 줄 정도”라고 말했다. 한은이 1991년 이후 작년 2분기까지 20년6개월간 이자상환비율이 특정 수준을 웃돌아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임계치를 조사한 결과 그 수치가 2.51%로 나왔다.

실제 2007년 이후 가계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2.5%로 경제성장률(3.4%)을 지속적으로 밑돌고 있다. 경제 성장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박 부장은 “채무부담 증가→내수 위축→소득 축소→채무부담 증가의 악순환으로 실물 경제가 위축되고 외부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가계 부채 규모를 감안할 때 연간 이자 부담만 60조원으로 추산된다”며 “향후 대출 원리금 부담이 높아질 경우 소비를 더욱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작년 국내 10가구 중 1가구(9.9%)는 전체 소득의 40% 이상을 빚 원리금을 갚는 데 썼다. 올해와 내년 중 전체 담보대출의 46% 정도에 달하는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거나 거치기간이 끝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부동산 가격이 최대 변수

한은은 그러나 단기간에 경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 소득, 부동산 가격 등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정도의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가계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충격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가구당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은 1.1%포인트, 담보대출인정비율(LTV)은 0.5%포인트 각각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충격을 적용할 경우 DSR 40%, LTV 90%를 각각 초과하는 고위험가구 비중이 현재 5.2%에서 10.3%로 두 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변수는 향후 주택가격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가계 대출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주택가격 하락과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외부충격이 겹칠 경우 가계 부채문제가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 실장은 “가계 부채를 너무 급격히 축소할 경우 소비를 더욱 옥죄는 역효과가 예상된다”며 “가계대출도 연착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자상환비율

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소득 중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가계의 적절한 운용이나 부실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 쓰인다. 한은은 이자상환비율이 2.51%를 넘으면 소비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