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기면 죽는다‥인재 지키기 몸부림

2012. 5. 29. 08:25C.E.O 경영 자료

[와이드기획]④"뺏기면 죽는다"‥인재 지키기 몸부림

삼성, 지역전문가·MBA과정 등 차별화 된 인재양성 프로그램 운영
LG, 2000여명의 차세대 리더군 선발·육성..'회장이 직접 뛰기도'

입력시간 :2012.05.29 07:42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얼마 전 삼성과 LG는 현대오트론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회사를 향해 '영업기밀 유출 발생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견제성 공문을 보냈다. 100명을 뽑는 이 회사의 경력직 채용에 자사 직원이 1000명 이상 지원한 소식이 알려지자, 발끈한 것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최근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기술 유출혐의를 받고 있는 LG디스플레이를 맹비난했다. 자극적인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회사 측은 그만큼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속내는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합병을 앞두고 어수선한 내부 조직을 추스리려는 의도도 있었다. 근래 들어 경쟁사로 이직한 직원만 100여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뺏고 빼앗기는 기업들간의 인재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인력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대·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각 기업들은 임직원들에게 차별화된 인재 육성 방안을 강구하는 당근을 제시하는가 하면, 때로는 전직금지 조항을 들이밀면서 으름장을 놓는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업들에게선 "사람이 더 빠지면 우리가 죽는다"는 위기감이 느껴진다. 점차 '인재 유출=기술 유출'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가는 상황에서 인재를 빼앗길 경우 돌아올 부메랑 효과에 대한 우려감도 크다.

특히 삼성과 LG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찾고 기르는데 역량을 집중하면서 S급 인재의 유출을 조기에 차단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좌)과 구본무 LG 회장



◇인재 욕심 부리는 이건희.."사람에겐 아낌없이 쓴다"

대기업 중에서도 삼성의 인재 욕심은 특히 유별나다. "21세기에는 소수 천재가 수십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지론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인재 육성'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삼성은 대리· 과장급부터 '해외 지역전문가 제도'· '삼성 MBA과정' 등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거치게 한다.

지난 1990년부터 시작된 지역전문가 제도는 해당자를 1년간 해외에 파견해 '현지화된 삼성맨'을 양성하는 제도다. 삼성은 20여년간 80여개국 4400명의 지역전문가를 배출했다. 삼성은 신흥 전략시장을 중심으로 인력 파견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년간 해외와 국내의 대학에 위탁 교육해 경영전문가를 키우는 삼성 MBA 제도를 통해선 4000여명의 박사와 1만8000여명의 석사 인력을 배출했다.

◇될성 푸른 잎 직접 키우는 LG.."절대 안 뺏긴다"

인재에 대한 투자는 LG 역시 삼성 못지 않다는 평가다. LG는 지난해부터 차세대 리더를 키우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CEO 후보군 100여명, 사업 부서를 책임지는 사업부장 후보군 400여명, 대리부터 차장급 인사인 예비사업가 후보군 1500여명 등 총 2000여명을 선발해 차세대 리더로 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본무 LG 회장이 직접 인재를 뽑겠다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CEO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한 것처럼 CEO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던 구 회장이 직접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인재 유치에 더 각별히 신경쓰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인재 유출로 인해 혼쭐이 났던 기업들일수록 인재에 대한 관심이 크고, 투자도 많이 하려 한다"면서 "이제 기업들도 사람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강해 인재를 키우고, 지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