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안은 채… 한국이 위태롭다

2012. 7. 24. 08:43이슈 뉴스스크랩

시한폭탄 안은 채… 한국이 위태롭다

선거에 갇힌 한국경제
표심 민감한 정치권 압박에 DTI규제·균형재정·비과세 축소 등 주요 정책 표류
정치권, DTI 일부 완화에 "주택경기 활성화할 것" "가계부채 더 악화"갈려
한국일보 | 김용식기자 | 입력 2012.07.24 02:39 | 수정 2012.07.24 07:35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국경제가 '선거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국가의 장래를 좌우할 굵직한 정책 목표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표류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최대 시한폭탄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의 정상화는 부동산경기 활성화 요구에, 재정건전성을 위한 균형재정 목표는 경기부양 필요성에, 세금체계 정상화의 핵심인 비과세ㆍ감면 축소는 이해집단의 반발에 부딪쳐 저마다 위태로운 양상이다.

정부는 사안마다 당위론을 내세워 버티고 있지만, 선거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과 이익단체 등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국민들도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눈 앞의 표보다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주말에 깜짝 발표된 총부채상환비율(DTI) 일부 완화 방침은 실종된 주택 거래를 살려보려는 고육지책이다. 불과 한 달 전 이명박 대통령이 DTI 완화에 대해 "자칫 가계부채만 늘릴까 걱정"이라고 언급했듯, 정부 내에서조차 의견이 갈리는 딜레마다.

DTI 결단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표심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는 이미 국민 대다수의 자산가치 하락은 물론, 중개업소 이사ㆍ인테리어업체 등 서민들 생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여당으로선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DTI 완화가 부자만 배 불리는 정책이라며 '반(反) 부자 정서'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목소리가 갈린다. 2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우여 대표는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고 옹호한 반면, 이혜훈 최고위원은 "빚을 더 늘리는 대책"이라고 일갈했다. 민주통합당은 "DTI 완화 계획을 철회하라"며 강력 비판했다. DTI를 완화하면 주택경기가 살아날 지, 가계부채는 얼마나 악화할 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한 상황에서 다분히 표 계산을 기준으로 사안을 해석하는 형국이다.

재정건전성 또한 누구나 공감하는 가치이지만 각론에선 의견이 갈린다. 야당은 일찌감치 정부가 균형재정 목표에 얽매이지 말고 경기부양에 나설 것을 요구했고, 여당 내부에서도 자칫 경기 침체가 표를 갉아먹을까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비과세ㆍ감면의 정리도 딜레마다. 복지 수요 증대에 맞춰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데 모두 찬성하면서도, 막상 올해 종료되는 세금 깎아주기 항목 103개의 정리에는 갖가지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내부에서조차 "과연 얼마나 줄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국민 다수를 위해 원칙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게 정부 정책이라고 본다면 단기 대책이라도 가급적 구조적 해결과 맞닿은 방향으로, 장기 정책은 국가의 잠재력을 최대한 키우는 쪽으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