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빚만 남기고 쫄딱 망했던 女 매출 `35억` 대박

2012. 7. 26. 09:29분야별 성공 스토리

한국경제

이수연 당크디자인하우스 사장(왼쪽 세번째)이 직원들과 함께 넥타이 신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수진 기자


넥타이 스카프 벨트 지갑 등 고급 액세서리를 만드는 당크디자인하우스 이수연 사장(44)의 재기 스토리가 여성 기업인 사이에 화제다.

외환위기 때 처음 창업한 이 사장은 4년 만에 부도를 내고 절치부심하다가 재창업, 당크디자인하우스를 연 매출 35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키웠다. 그가 전투를 치르고 있는 고급 액세서리 시장은 LG 등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에르메스 등 해외 브랜드들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 사장은 국내 시장이 외환위기의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던 1998년 처음 창업했다. 당시 국내 최대 여성복 업체였던 ‘김창숙 부띠끄’에서 기획실장을 맡고 있던 그는 “지금 시장이 얼어붙고 있지만 새로운 시장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곧바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의 나이 서른.

처음 손댄 것은 30만~40만원대 중저가 캐주얼 여성복이었다. 외환위기의 삭풍이 불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제품이 잘 팔려나갔다. 그러자 전공인 여성 정장에 욕심이 생겼다. 그는 압구정동에 100평짜리 직영 매장을 내고 100만원 이상짜리 여성 정장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성 정장 사업은 4년 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다. 자신감만으로 섣불리 덤빈 게 화근이었다. 당시는 고급 여성복이 잘 팔릴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마케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도 있었다. 2002년 사업을 정리하고 보니 남은 것은 수억원의 빚뿐. 그래도 죽을 수는 없었다. 넥타이 회사에 취직, 받은 월급을 모아 빚을 갚아나갔다. 그렇게 절치부심하면서 4년을 보냈다.

이 사장은 “재능이 아깝다. 다시 사업을 시작해보라”는 주위의 권유로 2006년 12월 다시 회사를 차렸다. 이번엔 제품과 시장을 완전히 차별화했다. 회사 이름은 ‘당크디자인하우스’. ‘당크(dank)’는 독일어로 ‘감사하다’는 뜻. 그는 감사의 뜻을 전하는 선물용 넥타이와 스카프, 지갑, 벨트 같은 액세서리를 아이템으로 택했다. 대상도 일반인이 아니라 기업 쪽으로 특화했다. 기업의 가치와 이미지, 비전을 담은 선물을 기획·생산하는 분야였다. 틈새 시장을 파고 든 것이다.

당크는 기업 고객을 위해 철저히 사전조사를 벌여 회사마다 다른 디자인을 해준다. 외환은행엔 격자 무늬와 고리를 이용해 ‘노사 간 단합과 화합’에 대한 희망, 화폐단위 표시를 활용해 금융시장에서 리더가 되겠다는 외환은행의 비전을 표시해줬다. 현대건설엔 고성(古城)과 현대의 ‘H’ 이니셜을 이용한 컨셉트로, 두산중공업엔 불도저와 트럭, 크레인을 이용한 디자인을 해줬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외환은행 등 100개 국내 대표 기업이 당크의 고객사다. 지난해 매출은 35억원. 별도의 영업사원이나 매장, 광고, 차입금 없이 이 사장과 5명의 디자이너가 올린 실적이다. 마케팅은 이 사장 자신이 하고, 제품 생산은 임대 공장에 맡긴다. 이 사장은 “당크 제품을 모르는 경영자들은 간첩이라는 얘기를 주위에서 가끔 듣는다”며 “사업에 실패한 많은 기업인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 시장’에서 뿌리를 내린 만큼 앞으로는 일반인 대상의 ‘B2C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크는 제주와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하고 서울 시내에 매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사장은 “선물에 관한 세계적인 토털 솔루션업체가 되는 게 꿈”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