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국부다] 인재 유치·양성 고루 갖춘 인도

2012. 8. 15. 09:58C.E.O 경영 자료

[사람이 국부다] 인재 유치·양성 고루 갖춘 인도<세계일보>
  • 입력 2012.05.22 19:03:03, 수정 2012.05.22 19:03:03
IT수출기업 면세혜택에 외국인 회사 줄줄이 인도로
하층계급 교육 기회 늘리고 교수 임금도 대폭 인상
기업·정부·대학, 현장인력 육성 합심해 ‘윈윈게임’
  • 인도의 인구는 12억명에 이른다. 세계 인구가 약 70억명인 것을 감안하면 6명 중 1명이 인도인인 셈이다. ‘인구 대국’ 인도의 인재정책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에서 일하는 인도인의 귀환을 독려하고 국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양날개 삼아 인도는 20년 전 대표적인 인재유출국(Brain Drain)에서 인재유입국(Brain Gain)으로 변신하고 있다.

    ◆ 경제 성장이 이뤄낸 ‘인재 유입’

    인도의 ‘인재 엑소더스’는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인도 정부는 1947년 독립 직후 가난을 벗어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기초교육을 소홀히 한 채 소수를 위한 고등교육의 비중을 높여 첫번 째 패착을 뒀다. 인재를 키우기 위한 조치였지만 이들은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 미국과 영국으로 흩어졌다. 이후 1995년 Y2K(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 오류)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해외에서 인도의 정보기술(IT) 인재를 대거 영입해 가는 바람에 인도는 또다시 ‘인재 유출’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를 바꾼 것은 1991년 단행한 경제자유화 조치와 IT 산업 집중 육성. 정부는 IT 수출 기업에 완전 혹은 부분 면세혜택을 주는 인도 소프트웨어 기술단지(STPI)를 만들었다. 클러스터 효과로 방갈로르와 하이데라바드 등이 산업도시로 우뚝 섰고 면세혜택과 저임금 노동자를 노린 외국인 회사가 줄줄이 인도로 들어왔다. ‘인재 집중-기업 투자-임금 상승-인재 집중’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명문 인도공과대(IIT)를 거쳐 미시간대에서 석·박사를 마친 후 방갈로르로 돌아온 아누락 도드는 “1990년 초반 졸업생의 80%가 해외로 나갔지만 지금은 인도 IT 산업의 고속성장으로 창업과 취업의 기회가 다양해져 귀국하는 경우가 많다”고 변화를 강조했다. 하버드에서 공학박사 과정을 밟다가 인도로 돌아온 아카시 라만 역시 “IT 발달로 전자정부가 잘 도입된 하이데라바드, 푸네, 뭄바이 등에서는 행정절차가 간소화하고 부패 가능성도 훨씬 줄었다”며 귀환 이유를 밝혔다.

    인도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난해 해외 거주 인도인(Non Resident Indian·NRI)뿐 아니라 인도계 외국인(Person of Indian Origin·PIO)에게도 자유로운 입출국과 취업을 가능케 하며 인재 유치에 방점을 찍었다.

    ◆혜택 늘리고 장벽 낮추는 정부

    인도 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국내에서 인재풀을 늘리는 데 힘을 쏟았다. 카스트제도 하층계급으로 억압받는 불가촉 천민 등을 위해 인구 비율에 맞게 이들에 대한 대학과 공직에 입학과 채용 정원을 22.5%로 할당했다.

    정채성 한국외대 교수는 “우타르프라데시의 주지사 쿠마리 마야와티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문을 거친 나렌드라 자다브 푸네대학 총장 등이 모두 하층계급 출신”이라고 인재풀 증가의 성과를 전했다.

    그러나 IIT와 인도경영대학원(IIM) 등 최고 대학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상위 1%의 브레인을 기르는 대학에서는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무한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인재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기관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단과대학을 포함해 인도대학은 25%가량 증가했다. 현재 인도에는 500여곳의 종합대학과 2만2000여개의 단과대학이 있다.

    대학의 증가는 우수한 교수진 영입으로 이어졌다. 인도에서 IT 엔지니어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지만 인문대, 경영대 교수는 이제 갓 사회에 뛰어든 공대생 월급에도 못 미치는 박봉에 시달렸다. 교수·연구진의 이탈이 가속화했고, 이런 현상이 다시 인도의 고등교육과 인재 유치에 커다란 구멍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정부는 2006년 6번째 급여위원회에서 교수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

    고빈다사니 발라찬디레인 델리대 교수는 “공대 졸업생이 7, 8년차가 되면 3000∼5000달러(345만∼575만원)를 받는다. 비슷한 연차의 미국 연구원이 받는 9000달러(약 1035만원)보다 작아 보이지만 양국의 물가지수(PPP)를 감안하면 실제 월급은 인도가 3배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인재 유입의 원인을 설명했다. 또 “대학 교수 또한 2006년 이후 급여가 오르면서 IT 업계와 불균형을 줄여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수준이 오르면서 해외인재도 덩달아 인도로 들어오고 있다. 방갈로르 한인회장 이종삼씨는 “싼 대학등록금과 넓은 취업시장, 영어교육 등 장점 때문에 중동과 동남아 등지에서 학생이 인도로 유학온 후 계속 거주하는 경우도 많다”고 소개했다.

    대학캠퍼스처럼 꾸며진 인포시스 본사에서 사람들이 대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다.
    방갈로르=정진수 기자
    ◆현장 인력 육성에 합심한 기업·대학·정부

    현장인력 육성에도 기업과 정부, 대학이 힘을 합쳤다. 인도의 대표적 IT 기업인 인포시스가 선봉에 섰다. ‘캠퍼스 연결(Campus Connect)’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졸업 후 산업현장에서 수업내용을 바로 쓸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셈이다. 학교관리자, 정부, 교사, 기업까지 인재개발 관련 모든 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인포시스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나스콤 위프로 등도 수십곳의 기업과 500여 교육기관, 650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은 산업에서 필요한 지식을 적극적으로 대학에 전파하고 대학은 이론을 위한 상아탑에 머물지 않고 현장으로 뛰어드는 ‘윈·윈 게임’이다.

    인포시스의 스리칸탄 무르시 교육연구국장은 “기업도 글로벌 인턴십과 평생교육 등 다방면에 힘을 쏟고 있다”며 “우리가 육성한 인재가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산업 전반에 결국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다. “기업의 인재 육성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는 회사 가치를 높인다”며 매해 2억달러를 인재 양성에 쏟아붓는 이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결국은 이직률이 높은 IT산업에서 인포시스가 낮은 이직률을 기록하는 비법”이라고 강조했다.

    인재를 통한 가치 창출, 이것이 거대한 코끼리 인도가 쉼없이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델리·방갈로르(인도)=정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