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거품 빠지며 호된 성장통

2012. 8. 29. 08:18지구촌 소식

 

베트남 거품 빠지며 호된 성장통

 

27일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는 냐딴대교 건설이 한창이었다.

공항과 도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하노이 젖줄'인 홍강에 최대 규모로 계획됐지만, 이 다리는 완공이 2년씩이나 늦춰진 상태다. 주민 보상과 건설사 자금난 등으로 공사 중단과 재개를 몇 차례나 반복했다. 정부가 2014년 9월까지 완공하라고 건설사에 독촉하고 있지만, 언제 또 공사가 중단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2008년 베트남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건설사 자금난은 사회기반시설 동맥경화를 불러온 데 이어 은행 부실까지 시한폭탄으로 만들어놨다. 건설사에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한 은행들에 부실 채권이 급증한 것. 베트남중앙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부실 채권 비율은 8.6%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두 배로 치솟았다.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실 채권에 눌린 은행들이 돈줄을 죈 결과 연쇄적으로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28일 찾은 하노이 최대 규모인 팍슨백화점은 점심시간인데도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의류제품 매장에선 '50% 세일' 같은 프로모션을 잔뜩 내걸었지만 내방객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가 싶던 증권시장도 최근 들어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은행 재벌 응우옌둑끼엔 체포 소식이 알려진 뒤 베트남 주가지수(VNINDEX)는 21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고 27일에도 3.38% 떨어졌다. 일주일간 12% 폭락했으며 7개월 만에 최저치다.

하지만 현재 베트남이 겪는 '성장통'이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선석기 하노이 무역관장은 "베트남에서 국영기업과 은행 개혁은 오래된 과제"라며 "이번 '끼엔 스캔들'이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ㆍ베트남 경제협력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28일 국제교류재단 주최로 하노이에서 열린 '한ㆍ베트남 미래포럼'에서 "양국이 FTA를 체결하면 우리나라는 베트남에 대한 부품 수출을 늘릴 수 있고, 베트남은 제조업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노이 = 박만원 아시아순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