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둘중 한명, 저축 거의 없이 죽는다

2012. 8. 31. 08:39지구촌 소식

미국인 둘중 한명, 저축 거의 없이 죽는다
[이데일리] 2012년 08월 30일(목) 오전 03:45   가| 이메일| 프린트
- 은퇴자 46% 사망시 저축 1100만원도 채 안돼
- "재정여력 불충분..외부충격에 취약"
- 주택가치-연금 등 합칠땐 재산 적지 않지만 개인차 커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은퇴한 미국인들 둘 중 한 명은 사망할 때 남긴 저축액이 1만달러(원화 1130만원)에도 못미쳤다.

29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제임스 포터바 MIT대학 경제학 교수 겸 전미경제연구소(NBER) 소장 등이 참여한 서베이에서 지난 1993년부터 2008년 사이에 은퇴한 미국인 46%의 사망시 저축액이 1만달러에도 못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결과는 은퇴 이후 소득 자체가 크게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은퇴자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연금 등으로 생활하게 되면서 평균 소득이 은퇴 이전에 비해 75%나 급감했다.

조사를 주도한 포터바 교수는 “미국 가계의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다”며 “상당수 은퇴자 가정들은 가용할 수 있는 여유자산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갑작스럽게 거액의 의료비가 필요하거나 목돈을 지출해야하는 등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저축액 외에 모기지대출 등을 제외한 순수 주택가치, 사회보장연금, 개인연금 등을 모두 포함한 총재산을 보면 미국 은퇴자 가정의 상황이 그다지 암울해 보이진 않는다. 실제 독신 가정의 경우 평균 총재산이 14만2000달러였고, 배우자 한 쪽이 사망한 가정은 25만3000달러, 배우자 모두가 살아있는 부부 가정의 경우 69만2000달러였다.

포터바 교수도 “은퇴자들 대부분이 사회보장연금 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같은 조사 결과로 미국인들의 삶의 질이 매우 낮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를 일반화할 순 없으며, 그룹별로는 아주 적은 재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도 많았던 반면 일부는 외부 충격을 감안해도 아주 많은 재산을 가진 쪽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에서 독신 가정의 57%와 부부가 모두 살아있는 가정의 50%가 주택 등 부동산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또 20%는 주택을 가지고 있지만, 집값이 떨어져 모기지대출 원금과 이자에도 못미쳤다.

그는 “결국 모든 은퇴 가정에 딱 들어맞는 정책적 해법이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