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이헌재 비판 얽힌 논쟁, 시각차 뚜렷

2012. 9. 24. 09:10이슈 뉴스스크랩

쏟아지는 이헌재 비판 얽힌 논쟁, 시각차 뚜렷

“환란 후 신자유주의 도입” 장하준 교수도 가세 경향신문 | 김지환 기자 | 입력 2012.09.23 22:08 | 수정 2012.09.23 23:18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68·사진)를 두고 진보적 학자들이 잇따라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비판의 지점이 서로 다르다. 한쪽은 이 전 부총리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주도했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이 전 부총리가 관치금융의 폐해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양쪽의 강조점은 달랐지만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 합성어)'에 대한 문제의식은 일치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난 22일 서울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경제민주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장 교수는 "이헌재씨가 다시 정계에 등장했더라. 저는 상당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자유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국민이 괴로워졌다. 나라가 갑자기 불행해졌다"며 "요즘 이런 정책 변화를 가져오는 데 가장 기여한 (인물이) 이헌재씨"라고 밝혔다. 평소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해온 장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신자유주의화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이 전 부총리를 꼽은 것이다.

재벌개혁을 둘러싸고 장 교수와 대척점에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 등도 이 전 부총리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오너 일가와 구분되는 재벌이라는 도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하는 장 교수와 재벌에 대한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부총리에 대한 평가에서 초점은 다르지만 부정적인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정 원장은 23일 페이스북에서 "이 전 부총리가 위험한 것은 그와 모피아가 정부와 금융을 아우르는 금융제국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며 "후배 모피아가 금융정책을 만들고 그가 수많은 펀드를 주무르는 수장이 되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흔들리지 않는 금융제국이 건설될 것"이라며 모피아가 상징하는 관치금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병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상조·정태인 그룹과 장하준·정승일 그룹의 비판 지점은 약간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전자는 '관치금융'에 비판의 초점이 놓여 있고, 후자는 이 전 부총리가 '신자유주의'를 주도했다는 것에 비판의 초점이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교수 등이 제기하고 있는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을 '허공에 주먹질하기'에 비유했다.

그는 "국가의 가장 큰 특징은 '관료체제'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시장개입은 다른 말로 '관료의 시장개입'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국가의 시장개입을 용인하면서 '관료개입'을 배제하는 것은 마치 둥근 사각형처럼 논리적 형용모순에 다름 아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관치를 긍정하지만, 김 교수 등도 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부정적인 의미의 관치가 가져오는 폐해가 크며 모든 관치가 용인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모피아가 한국경제를 해롭게 한다는 문제의식을 함께하고 있다. 장 교수는 지난 3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은 개입을 안 해서 문제"라며 "진정한 민주사회라면 관치가 맞고 사회적으로 필요하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금 모피아들은) 국가 이익을 위해 정책을 펴는 게 아니라 퇴직 뒤 어디 가서 일할까를 본다"며 "(퇴직한 뒤) 자신의 펀드를 만들면 몇 천억원씩 돈을 주지 않나. 옛날 식의 정경유착은 끝나고 새로운 정경유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관치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의미의 관치에 비판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외환위기 직후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에 어떻게 개입을 안 할 수 있느냐"며 "정부의 개입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 법과 원칙에 따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 부총리는 법과 원칙을 무시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책임을 안 지면 노동자들의 권익을 해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장 교수도 강연 당시 '모피아'가 경제 전반을 장악한 상황에서 이 전 부총리 캠프 합류가 문제가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분이 그 진영(안 후보 캠프)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그쪽(모피아) 대변인이 되고 그쪽에서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전달할 것"이라며 "모피아는 이 전 부총리 밑에 있던 사람들이다. 모피아가 재벌들과도 결탁됐지만 지금은 국제금융자본과 더 결탁돼 있다. 그래서 외환은행도 팔아먹었다"고 말했다.

<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