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싸이·안철수 돌풍' 이면엔 존재위기가"-FT

2012. 9. 28. 08:55이슈 뉴스스크랩

"韓 '싸이·안철수 돌풍' 이면엔 존재위기가"-FT
[머니투데이] 2012년 09월 27일(목) 오후 03:55   가| 이메일| 프린트
[머니투데이 김신회기자]"인상적인 거시경제 지표에도 점점 더 많은 한국인들이 스스로 가난하고 혹사당하고 있으며 사회적 압력에 짓눌려 있다고 느끼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인들이 최근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에 열광하는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데이비드 필링 FT 아시아지역 편집인은 27일자에 낸 '번영하는 한국, 존재론적 불안에 빠지다'라는 칼럼에서 강남스타일과 안철수의 돌풍은 한국이 이룩한 '한강의 기적' 이면에 드리워진 '존재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국가적으로 세계무대에서 문화·경제·외교적으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위기감에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이다.

필링은 한국에서 자살률이 급등하고 출산율이 위태로울 정도로 하락하고 있으며 유권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기술(IT) 기업인 출신 대선 후보에게 호감을 보이며 기존 정당의 대권주자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존재위기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고, 한국의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로 유럽 평균(3만3000달러)에 근접하는 등 한국이 전 세계에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뽐내고 있지만 안방에서 실감하는 현실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필링은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부유해질 수록 한국인들은 기존 경제모델이 특권층에 편향돼 있다고 느끼게 된다면서 한국이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나타난 통계도 여럿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당수 한국인들에게 한국의 자랑거리인 '재벌'은 하청업체를 쥐어짜고 중소기업을 파산으로 내모는 골목대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필링은 "한국의 거시경제 지표가 아무리 인상적이어도 점점 더 많은 한국인들이 스스로 가난하고 혹사당하고 있으며 사회적 압력에 짓눌려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한국인들의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로 아이들을 '시험지옥'에 밀어 넣는 데 드는 비용과 스트레스를 꼽았다.

그는 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유치하는 등 한국을 국제적으로 치장하는 데는 뛰어났지만 국내의 사회·경제 사안은 등한시했다는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조교수의 평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필링은 기존 질서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만은 대선 과정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안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만 했는데도 40%를 웃도는 지지율이 나오는 것은 반정치인 정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최근 박정희의 인권유린에 대해 사과한 데서도 한국인들이 얼마나 과거와의 절연을 갈망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필링은 한국인들이 인식하는 대권주자들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과거의 남자', 박 후보는 '과거의 유물', 안 후보는 '미래의 남자'"라고 정리했다.

대선구도와 관련해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하고, 두 후보가 단일화에 나서지 않으면 박 후보가 승리해 한국인들의 반체제 정서와 엇갈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