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날벼락 맞은 극동건설 하도급 업체들

2012. 9. 29. 11:2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추석 앞두고 날벼락 맞은 극동건설 하도급 업체들(종합)

조선비즈 | 강도원 기자 | 입력 2012.09.28 16:15 | 수정 2012.09.28 16:47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일입니까. 추석 전에 직원들 밀린 월급이라도 주려고 간신히 3억원은 융통해놨는데 갑자기 (극동건설 법정관리가) 터지는 바람에 당장 다음달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막막하네요."

극동건설이 경기 파주 당동에서 시공중인 극동스타클래스(1008가구) 아파트 공사에 참여한 한 협력업체 대표는 원청사의 갑작스런 법정관리로 시쳇말로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지금까지 밀린 공사대금만 약 10억원. 대부분 공사에 든 자재비용과 직원 월급 등으로 빠지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 그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또 곧바로 월급날이 다가와 답답하다"며 "급한대로 10억원 정도 건설공제조합에 비용 청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 38위의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하도급업체들의 2차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극동건설이 그동안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어음으로 주로 발행해온 상황이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추석 앞두고 날벼락 맞은 하도급업체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극동건설의 거래 하도급 업체는 전국 70여개 사업장 약 1200여곳에 이른다. 해당 업체들이 극동건설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금액은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현재 보증잔액은 2000억원 규모로, 정확한 피해 금액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도급업체들은 주로 공사 비용을 2개월에 한 번씩 정산받는다. 하지만 극동건설의 경우 지난 3년간 하도급 대금을 100% 현금결제해 왔으나, 자금난이 계속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장기간 자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주로 어음으로 대금을 처리해왔기 때문에 피해는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시작 여부와 관계없이 하도급 업체들의 피해는 계속될 것이란 점도 문제다. 법원이 법정관리를 결정할 경우 채무 동결이 이뤄져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이 지연된다.

법정관리를 가지 않을 경우 극동건설은 사업장을 포기하거나 정리하게 된다. 이럴 경우 하도급 업체에 지급 보증을 선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하도급 업체가 전체 금액을 받지는 못하고, 조합이 심사를 통해 보증을 선 최대 2000억원까지만 지급하기 때문에 쉽게 밀린 공사비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극동건설이 문제가 생길 것이란 이야기가 계속 돌면서 미리 돈을 집행해 달라고 요청했었지만 결국 추석을 코앞에 두고 날벼락을 맞았다"며 "당장이야 돈을 융통했지만, 문제가 이렇게 계속 진행되면 결국에는 우리 같은 협력업체들은 다 연쇄부도에 내몰릴 판"이라고 말했다.

◆ "현금에서 어음 결제로 강제 전환, 아는업체만 현금결제"

하도급 업체에 차별 대우도 문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극동건설은 지난해 대부분의 업체와 계약 당시 자재 계약인 경우는 현금으로, 미장이나 방수와 같은 인건비 계약은 현금결제와 어음결제를 함께 했다. 하지만 극동건설과 친분이 없는 자재 업체는 일부 대금에 대해 웅진홀딩스(016880)의 3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 방식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또 각종 어음만기가 돌아와 대금 지급을 요청했을때 극동건설은 하도급 업체들에 세금계산서만 발행하고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면 대금을 지급하겠다'며 1년 넘게 대금지급을 미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한 자재 계약 업체는 극동건설이 진행하는 한 현장에 대해 압류를 거는 진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도급업체 A사 관계자는 "극동건설은 친분이 있는 하도급업체는 현금으로 결제해주고, 그렇지 않은 업체는 어음결제를 강요했다"며 "각 현장별로 자금 운영을 달리 하면서 수많은 업체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 토목보다 주택 관련 업체들 피해규모 커

복수의 하도급 업체들은 토목공사보다는 주택 공사에 참여한 곳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토목 관련 사업은 주로 관(官)에서 발주한 사업이 많아 하도급 대금을 잘 지급했기 때문이다.

한 토목공사 현장 하도급 업체 소장은 "우리는 관공사라 그나마 대금 지급이 잘 돼서 못 받은 돈이 몇천만원 규모지만, 주택사업 진행하는 업체들은 몇억씩은 기본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사업장 중 현재 극동건설이 시행사로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총 4개 사업장이다. 세종시 L2, L3, M4블록, 충남 내포 등 2280가구 규모다. 비교적 인기가 좋은 지역이 많아 공사현장 정리에 들어가더라도 다른 시공사가 사업을 넘겨받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당 지역 하도급 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극동건설이 시공사로 있는 주택현장의 하도급 업체들은 상황이 좋지 못하다. 현재 극동건설은 8개 사업장(인천 구월동, 경기 파주 당동, 경기 광주 오포, 경기 용인 죽전, 대구 남산동, 대전, 안동,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 시공중이다. 한 주택 사업장에서는 많게는 5개월 가량 하도급 공사비가 지급되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 업체 한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10억원 정도 공사집행을 했는데 이 돈을 다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미 진행한 공사 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더 많고 분양도 제대로 잘 안 돼서 향후 머리가 좀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 아파트 분양자들은 피해 적을 듯

극동건설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에는 큰 피해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극동건설이 시행·시공사로 참여한 사업장에 대해 대한주택보증이 9000억원가량의 보증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가도 시행·시공 사업장 모두 법원의 허가를 받아 공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며 "공사 진행이 어려울 경우 주택보증이 사고사업장으로 지정해 보증 이행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입주자들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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