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꼼수에 분노…정치권서 손볼 태세

2012. 9. 29. 11:2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웅진 꼼수에 분노…정치권서 손볼 태세

조선일보

나 살고 너 죽자? 법정관리 악용사례로…경제민주화 본보기 삼을듯

‘웅진그룹 사태’로 인해 법정관리 제도가 또다시 도마에 오른 가운데,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이번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정관리 제도는 본래 기업들의 회생을 돕기 위해 채무를 동결시키는 제도인데 오히려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는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웅진홀딩스(016880) (3,600원▲ 0 0.00%)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웅진그룹은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지만 그 보다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준비된 꼼수’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 신청 전날인 지난 25일 웅진씽크빅(095720) (6,100원▼ 500 -7.58%)에서 빌린 250억원과 웅진에너지(103130) (2,195원▼ 385 -14.92%)에서 빌린 280억원을 조기 상환했다. 대출금 조기상환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웅진홀딩스 여유자금을 유출시켜 재무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 때문에 법정관리 전 계열사 빚부터 갚았다는 비난도 면키 어렵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채무를 동결해주는 것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인데, 오히려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며 “웅진그룹의 법정관리가 만약 사전 기획된 행위라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정관리 신청 직전 윤 회장 일가의 지분 매각도 도마에 올랐다. 윤 회장의 부인인 김향숙씨는 법정관리 신청 직전인 지난 24일과 25일 웅진씽크빅 주식 3만3861주와 1만920주 등 0.17%를 매각했고, 윤 회장 친척인 윤석희씨도 지난 14일부터 총 5차례에 걸쳐 웅진코웨이(021240) (30,750원▼ 5,400 -14.94%)주식 2890주를 매도했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 총장)는 “기업은 투자자, 소비자, 근로자 등이 함께 만든 ‘공동운명체’인데도 불구하고 경영자가 독단적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다가 기업이 어려워졌다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대출금 조기상환, 윤 회장 일가 지분 매각 등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무리한 사업 확장 등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윤 회장을 웅진홀딩스 공동대표 이사로 선임한 것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웅진 측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지만 일각에선 경영권을 계속 행사하기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이필상 교수는 “법정관리로 인해 채무가 동결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하도급업체의 경우 줄도산의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상 보완이 필요하다”며 “기업을 되살린다는 명분으로 경영권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또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웅진처럼 회사가 도산할 경우 대다수의 경영자들이 물러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게 큰 문제”라며 “실패한 경영자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란이 거세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이번 문제를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공론화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인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다음달 2,4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이번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와 함께 법정관리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국회 움직임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측 간사인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웅진의 경우 기업주의 경영부실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경영권을 박탈하지 않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대표적 사례”라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기업주는 일정기간 이사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제도 보완 방안에 대해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