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유출 공장, 사고 수습할 사람 없었다

2012. 10. 8. 09:08이슈 뉴스스크랩

불산 유출 공장, 사고 수습할 사람 없었다

  • 조선일보구미=최수호 기자

  • 입력 : 2012.10.08 03:04 | 수정 : 2012.10.08 08:42

    총책임자 공장장은 출장, 의료책임자는 퇴사한 상태… 맹독성 안 알린 채 119 신고만

    경북 구미 불산(불화수소산) 누출 사고 당시 해당 공장에는 안전 문제 책임자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본지가 확인한 휴브글로벌 자체 방호 계획에 따르면, 비상시 공장장 장모씨가 비상 지휘관직을 맡고, 다른 직원들이 '경비·연락 및 인명구조 의료반'(이하 의료반)과 '방재 소방 및 운전조치 통제반'(이하 통제반) 등 2개 조직을 꾸리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오후 3시 43분 사고 발생 당시 공장장 장씨는 충북 음성의 또 다른 공장으로 출장 간 상태였다. 의료반 책임자로 돼 있는 박모씨는 아예 올해 초 퇴사한 상태였고, 부책임자로 돼 있는 백모씨는 근무지가 충북 음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장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통제반을 운영하게 돼 있는 기술부장(남모씨) 또한 충북 음성의 또 다른 공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부터 사고 대책반 구성이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의미다.

    7일 오전 불산가스 누출 사고로 환경자원화시설에 대피한 산동면 봉산리 주민들이 혈액 검사, X선 검사 등 검진을 받고 있다. 구미시에 따르면 7일까지 3178명이 진료를 받았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이 때문에 사고 직후 사고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서 근무하던 직원 2명 중 1명이 119신고만 했을 뿐 그 외 다른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신고 내용도 "불산이 터졌다. 사람이 다쳤다. 응급차를 보내달라"는 등의 내용만 있었을 뿐 맹독성을 경고하는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시의 초기 대응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구미시는 이날 오후 4시 11분 사고 접수 뒤에도 대구지방환경청에 사고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산의 맹독성이 경고된 것은 오후 6시가 넘어서였고, 그동안 주민과 350여명의 경찰·소방관 등이 불산 가스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보통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관할 지역 지자체가 우리 쪽으로 통보한 뒤 누출 물질의 유해성 등을 의뢰하는 게 일반적 절차"라며 "통보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