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외환시장 ‘환율 방어’ 힘겨루기

2012. 11. 21. 22:1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정부·외환시장 ‘환율 방어’ 힘겨루기

朴재정 “시장 변동성 주목… 필요 땐 조치” 개입 시사
급락세 환율 일단 주춤… 하락 행진 막기엔 역부족
“환율, 해외변수에 더 민감… 원高시대 대응책이 먼저”
세계일보 | 입력 2012.11.21 19:50

 

[세계일보]

원화 환율을 놓고 정부와 외환시장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락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연일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낸다. 하지만 정부의 구두개입은 '반짝 효과'에 그친다. 발언 직후 1원 정도 떨어졌을 뿐, 하락 행진을 막기엔 힘이 부친다. 환율은 정부 개입보다는 주로 해외 변수에 따라 급등락하는 분위기다. 정부보다 시장 쪽에 힘이 실린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급변동을 차단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은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원화 강세(환율 하락) 시대'의 대응책 마련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외환당국 잇단 구두 개입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상황 전개에 따라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이 직접 외환시장 구두개입의 총대를 멘 것이다.

발언 수위는 종전보다 한층 높아졌다. 그는 11일 KBS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환율의 변화 속도가 가팔라서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엔 "더 가팔라지는 상황이 오면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박 장관의 발언이 전해진 뒤 가파르게 떨어지던 환율은 일단 주춤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달러당 1083.2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상승폭은 전거래일 대비 1원에 그쳤다. 박 장관의 첫 구두개입이 나온 11일(휴일)의 다음날에도 똑같이 1원이 올랐을 뿐이다.

환율은 주로 미국과 유럽의 대외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14일과 19일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가 수그러들면서 환율은 5원, 4.8원씩 급락했다. 16일에는 미국과 유럽의 부진한 경기지표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거래일보다 5.5원이나 치솟기도 했다.

◆'원화 강세 시대' 대응책 마련 절실

정부의 발언은 구두경고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환율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검토 중인 외환 대책은 선물환 포지션 제도와 외환건전성 부담금 강화 방안이 유력시된다. 정부는 최근 일방적인 쏠림 현상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도 시장에 전달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향후 가속화하는 원화 강세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등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 외환 전문가는 "최근의 환율 하락은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국가신용등급 상승이 누적된 결과"라며 "환율 하락에 걱정하기보다는 원화가치 상승에 대비하는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귀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