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고 나가도돼" 알고보니 위약금만…

2012. 11. 30. 23:47부동산 정보 자료실

머니투데이 | 송학주 기자 | 입력 2012.11.30 06:12

 

[머니투데이 송학주기자][[건설사의 달콤한 유혹 '애프터리빙제'] 3년뒤 계약 안하면 중도금 이자 일부 물어야]





ⓒ임종철
 "입주금이 주변 전셋값보다 저렴하고 큰 평수의 새 아파트를 3년간 살다가 맘에 안들면 다시 돌려받고 나가면 된다는 말을 믿고 덜컥 계약했죠. 그런데 나갈 때 돌려받는 보증금이 건설사가 대신 내주고 있는 중도금(50%) 이자의 일부를 빼고 준다는 소리를 최근에서야 들었죠. 그게 아까우면 아파트를 사야하는데 무슨 수로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하나요."

 지난 27일 만난 서지호(35·가명)씨는 최근 입주한 아파트 때문에 고민이다. 전셋집을 구하던중 길가에 걸려 있는 '애프터리빙제'란 생소한 현수막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의 20%만 내고 3년간 살아보고 구입할지 말지를 결정하면 되니 전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권유했다.

 서씨는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A아파트 162㎡(이하 전용면적)를 당시 분양가(8억6500만원)의 20%인 1억7300만원만 내고 입주했다. 고양 마두동 84㎡ 아파트 전세가 2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나 큰 면적의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꼼꼼히 살펴보지도 않았다.

 상담사의 설명도 충분치 않았고 본인도 '싸다'는 생각에만 몰두했다. 결국 현수막 광고에 있는 '전세처럼' 문구를 그대로 믿은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전세와 같이 보증금을 냈다가 다시 돌려받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지인으로부터 3년후 건설사가 내주는 중도금 이자의 일부인 2500여만원을 뺀 1억4800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서씨는 "원래 가족이 많지 않아 중형대 아파트 전세로 들어가려고 했었다"며 "괜히 큰 평수 아파트에 살면서 관리비만 많이 나오고 나중에 나갈 때 돈도 모두 돌려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밤잠이 안온다"고 하소연했다.

  ◇미분양 털어내기 위한 '사탕발림?'
 오랜 경기침체로 신규분양이 어려워지자 건설업체들은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거나 일정기간 신규아파트에 살아본 뒤 분양받는 '애프터리빙제'를 도입하는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해 갖가지 마케팅을 총동원하고 있다.

 시중에 도입된 방식만도 △리스크프리제도 △애프터리빙 리턴제 △분양가 안심 리턴제 △하우스바이하우스 계약제 △안심보장제 △분양가 원금 보장제 △개발 호재 확정 전 이자 지원제 등 다양하다. 계약금 비중을 낮추고 중도금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고전적 방법으론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다 보니 서씨의 경우처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건설업체들의 이같은 분양 조건은 혜택으로 수요자들에게 인식돼 계약을 유도한다. 실제 서씨가 계약한 아파트의 경우 대다수 미분양을 이런 방식으로 털어냈다.

 분양 관계자는 "134㎡의 경우 애프터리빙제를 통해 미분양이 모두 소진돼 물건이 없고 141㎡ 주상복합만 남아 있는 정도"라며 "위약금이 예전엔 2%밖에 안됐는데 요즘에 그마저도 인기가 높아지면서 5%로 올라 3700만원 정도를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자금 적다고 무턱대고 계약하는 건 '금물'
 지난 14일 부산 명지동 B아파트 입주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아파트를 비우라는 판결이 나와서다. 사연은 이렇다.

 시행사인 D리츠는 "전세 보증금만 내면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하고 임차기간 끝난 후 완전히 취득하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신개념 전세'로 소개했다. 하지만 이 시행사는 270여가구의 전세 보증금을 받아 챙기고 파산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1억원이 넘는 보증금만 날리고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프터리빙제'와 같은 건설사들의 마케팅이 겉으로 보기엔 수요자에게 무한한 혜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약정을 세밀하게 보지 않고 무조건식으로 계약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황에 따라 불리한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건설업체 입장에서도 나름의 극약처방이겠지만, 계약자 입장에선 무조건 좋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일단 계약서를 쓰면 돌이킬 수 없으니 위약금 여부, 분양가 할인여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