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9. 22:18ㆍC.E.O 경영 자료
돈 굴릴 데 없어…저축銀 "예금 좀 찾아가세요"
부동산 경기 침체·불경기로 마땅한 투자처 찾지 못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3.52% 1년 전보다 1%p 낮아져 저축銀, 독자적 자금운용 포기… 채권투자로 4%대 이익 내주는 저축은행중앙회에 돈 맡기기도 조선비즈 김정훈 기자 입력 2013.01.09 03:05 수정 2013.01.09 11:59
직장인 이모(40)씨는 며칠 전 거래하던 A저축은행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초 4.6%의 금리로 맡겨 놓은 정기예금 2000만원의 만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전화였다. 그런데 저축은행 직원은 예금 재예치를 권하지 않고, "다시 맡겨도 금리를 3.2%밖에 못 주니 돈을 빼 가라"고 권했다. 직원은 "대부분의 고객이 예금을 찾아가고 있고, 주변에 잘 찾아보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곳도 있다"는 말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 고객 이씨는 "예금 빼 가라고 부추기는 금융기관은 살다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불경기로 인해 서민 신용대출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자,고객들에게 예금을 빼 가라고 권하는 웃지 못할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예금은 넘치게 들어오는데 정작 돈을 빌려줄 곳은 없기 때문이다. 이씨에게 예금 인출을 권한 A저축은행의 경우 예금액은 2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대출액은 9000억원에 불과(지난해 9월 말 기준)한 심각한 불균형 구조를 갖고 있다.
◇저축은행, "예금 안 반갑다"
2010년 말 77조원까지 늘어났던 저축은행권의 예금은 2년 만에 46조원(2012년 10월 말 기준)으로 쪼그라들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가라앉은 뒤로 마땅한 투자처를 구하지 못하고 있어 돈을 들고 오는 고객이 별로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이 예금 고객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정은 금리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93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2%로, 1년 전 평균 예금 금리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빠졌다.
저축은행의 가파른 예금 금리 인하는 고객 이탈로 이어지고 있고, 저축은행에서 빠져나온 돈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수신 규모는 2011년 말 79조원에서 열 달 만에 91조원으로 불었다. 금리는 저축은행과 비슷하지만 3000만원까지 비과세된다는 장점이 고객을 끌어들인 것이다. 산업은행의 다이렉트예금도 연 3.65% 금리를 무기로 시중 자금을 7조4500억원 빨아들였다.
◇"다이어트 과정… 저축은행답게 소형화돼야"
크게 줄어든 예금조차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저축은행들은 독자적인 자금 운용을 포기한 채 저축은행중앙회에 돈을 맡기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중앙회에 대신 굴려달라고 맡긴 예탁금은 지난해 말 현재 5조1000억원에 달한다. 1년 전보다 50% 이상 늘었다. 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해서는 연 4% 초반 이익을 거두는 것도 힘들다"면서 "중앙회에서 채권 등에 투자해 4% 초반대의 이익을 내 주니 저축은행 돈이 중앙회에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금과 대출을 다 줄이는 디마케팅(demarketing)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의 경영난은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을 공개한 19개 저축은행 가운데 15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이대로라면 고사(枯死)할 거라고 아우성이다. 금융지주 계열사인 B저축은행 관계자는 "총여신의 5% 이내로 제한된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 한도를 더 늘려준다든가 캐피탈사가 담당하는 할부금융 영업을 저축은행에도 허용하는 것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몸집이 쪼그라드는 '다이어트'가 장기적으로는 저축은행에 득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퇴출된 저축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몸집을 키운 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출을 쏟아붓다 부실이 커진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몸집을 줄인 뒤 철저한 대출 심사로 은행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서민들에게 돈을 융통해 주는 저축은행의 본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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