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SLIE KWOH
날렵한 몸을 갖는 건 중요하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몇 킬로그램 정도 살이 찌거나 허리가 약간 굵어지는 것이 CEO의 리더쉽 능력 및 스태미나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회사 중역의 업무 내용에 마라톤 훈련과 새벽 운동 같은 것이 명시돼 있진 않지만, 리더쉽 전문가와 CEO 헤드헌터들은 날렵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은 요즘 CEO의 필수 자격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영리 창조적리더쉽센터(CCL)의 경영자피트니스프로그램 운영자이자 운동생리학자 샤론 맥도웰-라슨은 “리더의 업무는 상당히 고된 것이기 때문에 신체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리가 굵고 신체질량지수(BMI)가 높은 경영자는 업무 수행과 대인 관계 모두에서 능력이 떨어질 거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CCL 이 수집한 자료는 밝힌다. 체지방 측정에 쓰이는 BMI는 신장과 몸무게를 바탕으로 계산한다.
직장에서 몸무게 얘기를 하는 것은 금기시돼 있긴 하지만 간과하기도 힘든 문제다. 산타클라라대 리비경영대학원의 배리 포즈너 리더쉽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무게가 건강과 스태미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뚱뚱한 경영자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게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포춘 500대 기업 CEO 가운데 과체중인 사람을 한 명도 기억할 수 없다며 “우린 비만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과체중인 임원을 보면 일단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CCL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일주일간의 리더쉽 워크샵을 개최해 참가한 CEO와 임원들로부터 피어리뷰와 건강검진결과를 수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또한 두 명의 대학 연구진은 2006~2010년 사이 757명의 경영자들에게서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몸무게가 부하직원과 동료, 상사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펜실베니아 소재 기타제조사 C.F.마틴앤코의 팀 맥네어는 CCL 워크샵에 참가해 공식석상에서 연설하는 연습을 하던 중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불룩나온 배를 발견하게 되었고, 뭔가 조치를 취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동료들이 ‘음식 하나 조절 못해서 저렇게 살이 찐 사람이 자기 일인들 제대로 하겠느냐’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44세의 맥네어는 최근 다시 체육관에 등록해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런닝머신, 사이클, 스트레칭 등의 운동을 한다. 좋아하던 음식인 더블 치즈버거와 스테이크, 아이스크림, 콜라, 테이스티케이크 등도 먹지 않고 곡물과 야채 위주의 건강식을 주로 한다. 이러한 노력은 성과가 있어 불과 4개월만에 11kg를 뺐다.
콘/페리 리더쉽 및 인재컨설팅의 아나 더트라 CEO는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체력(체격) 조건은 비교적 근래에 생긴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전에는 운동이나 휴가, 자녀들의 축구시합 따위는 회사를 위해 희생하며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일에 바치는 CEO를 기대했다. 직원들도 이런 희생과 헌신을 존경하고 본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젠 “자신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당연시한다는 것.
더트라는 맥도널드의 짐 칸탈루포(2004년 CEO직에 오른 지 16개월만에 심장마비로 사망)나 그의 후임자였던 찰리 벨(칸탈루포가 죽은지 일년도 못되어 44세의 나이에 암으로 사망), 코카콜라의 로베르토 고이주에타(흡연자, 폐암 진단을 받은지 수주만에 사망) 등 유명 CEO들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오늘날의 CEO들은 예전의 CEO들에 비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더 많으며 언제라도 카메라에 찍힐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어필하는 한편 회사의 비상사태에 대응할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 과체중은 약점이나 “통제력 부족”으로 비칠 수 있다고 포춘 500대 기업 고위 경영진과 작업해 온 이미지컨설턴트 아만다 샌더스는 설명했다.
캐나다혈액국의 고위급 임원 마크 도니슨(47)도 유산소, 근력, 요가 등의 이른 아침 운동으로 11kg를 감량했다며 “리더의 이미지를 발산해야 한다. 사람들은 나의 생활방식을 지켜본다”고 강조했다.
2010년과 11년 글로벌 리더 훈련에서 다우캐미컬에 자문을 제공한 포즈너 교수는 기업들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육체적으로 강인한 리더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리더들에겐 끊임없는 출장과 해외에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규칙적인 운동이 의무시된다. 줌바, 필라테스, 타이치, 요가 등의 수업까지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다우캐미컬의 인재관리 글로벌책임자 돈 베이커는 말했다.
파네라브레드 창업자 겸 공동CEO 론 샤이크는 5년전부터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운동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한다. 점점 커지는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체력을 기르기 위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일주일에 2, 3일은 아침 5시반에 일어나 트레이너와 운동을 하고, 일요일에는 90분 달리기를 한다. 덕분에 에너지가 충전되고 집중력이 좋아졌다.
일반적으로 CCL 연구에 참여한 경영자들은 평균 미국인보다 건강했다. 술이나 담배도 덜 하고 운동도 더 규칙적으로 한 편이었다. 이중 약 절반은 과체중 혹은 비만(BMI 25 이상)이었지만, 전체 미국인 중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은 60%다.
연구 대상자 중 날렵한 몸을 가진 경영자들(BMI 25 미만)은 동료들에게서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5점 만점의 업무 수행 능력에서 평균 3.92를 받은 것이다. 반면 살찐 경영자들은 평균 3.85를 받았다. 또한 날렵한 경영자들은 대인관계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본 연구는 나이, 인종, 성별, 직위, 성격 등의 요인을 감안했다. 연구진 중 한 명인 조지메이슨대 심리학과 에덴 킹 부교수는 결과는 업계 전반에 걸쳐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말한다.
물론 능력에 대한 인식이 리더쉽 성공 정도와 반드시 같은 건 아니다. 연구에 참여한 경영자들은 본인들이 느끼는 어느정도의 편견의 원인이 몸무게때문인지, 아니면 자신감 결여 때문인지 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웨이트워처스인터내셔널 CEO 데이빗 커코프(46)는 10년전 몸무게가 절정에 달했을 때 이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회상한다. 처음 CEO직에 올랐을 때였는데, 키 188 cm에 110 kg 이었던 그는 헐렁한 스웨터와 주름바지로 살을 가리려 했다며 이젠 몸무게가 18 kg나 빠져 “자신감과 권위를 찾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