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23. 21:56ㆍ지구촌 소식
'방심하다 역수입' 위기의 패션업계 中과의 동침
조선비즈 유윤정 기자 입력 2013.01.23 17:01 수정 2013.01.23
급성장하는 중국 패션시장에서 국내 패션업체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의류 생산과 세계 명품 소비의 각각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부 패션전문가들은 중국을 패션업계의 블랙홀이라고 부를 정도다.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국내 패션업체에 중국으로의 진출은 매력적인 대안이다. 또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 FTA 체결로 중국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패션업체들이 중국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향후 중국 패션 경쟁력이 커지면 중국 기업들이 국내 패션시장을 장악하는 역전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중국 정영복장무역유한공사와 15년간 중국 독점 판매권 계약을 체결한 신원의 여성복 브랜드 비키(VIKI)
23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중국 패션시장 규모는 연간 1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한계에 이른 내수 시장과 달리 중국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15년에는 400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의류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2000년 이후에는 중국 의류·패션 제품의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의류 생산량은 460억벌로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고급제품을 중심으로 내수시장이 빠른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중 FTA를 중국 시장이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하면서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 국내 패션기업 中 진출 '현지법인·합작·인수 등 다양'
일부 대기업들은 중국에 법인을 설립해서 직접 진출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이랜드다. 이랜드는 티니위니, 로엠, 스코필드, 에블린 등 20여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론칭해 중국에서 매년 2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중국에만 6400여개가 넘는 매장이 있다. 최근에는 여성복 미쏘의 중국 론칭을 준비 중이다.
제일모직(001300)도 상하이법인을 통해 갤럭시,빈폴,라피도 등의 브랜드를 통해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주력 브랜드로 2005년 중국에 첫선을 보인 빈폴은 100여개가 넘는 단독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코오롱 스포츠도 직진출 형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대형 백화점 중심의 유통망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90여개인 중국 매장 수를 올해 185개로 늘려 현지 매출액을 작년의 두 배 수준인 65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매출액은 2011년 200억원, 2012년 320억원이었다.
라이선스를 주거나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한 기업들도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보브를 비롯해 머스트비, 지오지아 등은 중국 총판대리점을 통해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중국 상하이 지역 최대 쇼핑몰인 항회광장에 보브 단독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톰보이와 플라스틱아일랜드, 클라이드 등도 중국 기업들에 라이선스 형태로 진출해 있다.
LG패션은 합작법인을 설립한 경우다. 매년 급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의 아웃도어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프랑스 라푸마 그룹과 중국에 합작법인 '라푸마 차이나'를 설립했다. 200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한 '헤지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품기획과 생산, 영업 등 전반에 걸쳐 프랑스 라푸마 그룹과 함께 상호협력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라푸마차이나는 2015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12억 위안(약 20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패션업체에 브랜드 전권을 일임하는 경우도 있다. 신원(009270)은 지난 21일 중국 정영복장무역유한공사와 여성복 브랜드 비키(VIKI)의 중국 독점 판매권 계약을 체결했다. 15년간 동안 비키 브랜드와 관련해 중국에서의 모든 권한을 중국 정영복장무역유한공사에게 주는 것이다. 당장 신원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지만 향후 15년간 잘 팔린다면 약 1013억원 규모의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셈이다.
브랜드력이 약한 회사의 경우에는 중국 패션펀드에 인수되기도 했다. 지난 3일 홍콩기업인 리앤펑은 연 매출 1500억 원대의 국내 알짜 유아복 업체인 서양네트웍스(밍크뮤, 블루독, 알로봇 등 고급 유아복 보유)를 전격 인수했다. 지난해 9월에는 대표적 여성 영캐주얼업체인 연승어패럴이 중국 패션업체 산둥루이에, 11월에는 더신화의 '인터크루' 캐주얼이 중국 안나실업(安娜實業)에 넘어갔다. 12월에는 BNX·카이아크만 등을 판매하는 아비스타는 중국 디샹그룹(迪尙集團)에 매각됐다. 아비스타는 카이아크만과 여성복 탱커스를 중국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 해외 명품 브랜드도 '중국 공략 가속화'
해외 브랜드의 중국 공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프랑스의 의류체인 에탕(Etam), 스페인계의 자라(ZARA)와 망고(Mango), 일본의 유니클로(UNICLO), 스웨덴의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상해와 북경을 기점으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명품업체들은 중국 기업을 M&A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 명품의 4분의 1을 사들이는 '큰 손'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중국 명품 시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지난해 전 세계 명품의 25%를 사들인 것으로 추산됐다. 그 중 현지 브랜드 매출이 7% 증가한 데 비해 해외 명품 판매량은 3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최근 중국 합작사 지분율을 기존 50%에서 75%로 끌어올렸다. 합작 계약도 2019년으로 연장했다. 앞서 페라가모는 중국 내 유통망 진출을 위해 홍콩 최대 유통업체 이매지넥스(Imaginex)와 손잡고 현지 합작회사를 세웠다. 이를 통해 중국 내 100여개 매장을 확보하게 됐다.
구찌·입생로랑·쁘랑땅백화점 등 글로벌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 명품업체 PPR은 지난해 12월 중국 사업 확장을 위해 현지 보석업체 키린을 인수했다. 키린은 지난 2004년 중국 디자이너와 프랑스 사업가가 합작 설립한 명품 주얼리 브랜드다. 중국·홍콩·유럽 등지서 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고급 슈즈 브랜드 르네까오빌라(Rene Caovilla)는 지난해 11월 베이징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인타이(Yintai)센터에 중국 지역 1호점 매장을 열었다.
◆ 방심하다 역수입 '중국산 패션기업 몰려온다'
잠재수요가 큰 중국으로의 진출은 지금 당장은 경영위기에 놓인 국내 업체로서는 새로운 대안이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IT·제조업 등에서 경험하고 있듯이 중국의 경쟁력이 커지면 중국 기업들이 국내 패션시장을 장악하는 역전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 섬유소재 시장은 이미 중국에 점령당한 지 오래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을 가진 만큼 이를 토대로 오래지 않아 세계 패션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개발과 디자인력 강화로 브랜드의 품질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브랜드 인수·합병(M&A)을 통한 브랜드력 강화, 슈퍼섬유 생산체제 구축 등도 국내 패션시장에 위협요인이다.
한·중 FTA 체결도 국내 패션업계에는 '중국 개방'이라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한국시장 개방'이라는 커다란 위협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지난 2011년 중국의 유명 여성복 브랜드인 '마리스프롤그'가 국내에 처음 진출해 현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영업 중이다. 마리스프롤그는 현재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전역과 마카오,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 걸쳐 40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매년 3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 한해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중국 여성 패션 브랜드다.
앞으로 5~6년 후엔 지금 이탈리아 브랜드를 수입하듯 중국 브랜드도 한국에 역수입 당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는 그동안 토종 국내 브랜드를 키우기보다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는 등 자체 브랜드가 미약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국내 패션산업마저 중국업체에 잠식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랜드처럼 한국 브랜드이면서 중국시장 기반으로 규모를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이미 섬유산업은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 등으로 세계 섬유수출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면서 1위의 수출국이 됐다"며 "패션시장도 중국이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공략해 온다면 언제 잠식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현재 중국 뿐만 아니라 거대 SPA 등장 등으로 국내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우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현재 자국 브랜드의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인데 중국에 진출한 국내 패션업체는 중국 브랜드와 브랜드력이 강한 서구 브랜드 사이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중국 시장은 다양하고 큰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등 단순한 영역에서 접근해서는 안되며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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