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기업경영헌장’ 17년전 윤리헌장과 판박이

2013. 2. 21. 21:16지구촌 소식

전경련 ‘기업경영헌장’ 17년전 윤리헌장과 판박이

한겨레 | 입력 2013.02.21 20:30

 

[한겨레]경제민주화 위해 제정했다는데…


13대원칙 중 사회책임 등 9개 겹쳐


'말 따로 행동 따로' 되풀이 우려




정기총회서 허창수 회장 재선임

부회장엔 박용만·장세주·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기업경영헌장'을 제정했으나, 지난 17년 동안 '구두선'에 그쳐온 '기업윤리헌장'의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경제민주화를 위한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과 여야 정치권의 입법안에 대해 대부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말 따로-행동 따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경련은 2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제34대 회장에 허창수 현 회장(지에스그룹 회장·사진)을 재선임했다. 부회장에는 두산의 박용만, 동국제강의 장세주 회장을 새로 선임하고, 상근부회장에 이승철 전무를 승진 임명했다.

전경련은 또 경제민주화와 사회통합에 대한 정치·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지켜야 할 규범과 다짐을 담은 '기업경영헌장'을 채택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전경련으로 재탄생하겠다고 결의했다. 기업경영헌장은 서문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국민 모두가 성장 과실을 함께 누리는 것이 개인의 행복과 나라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한 초석이다. 국가경제 발전,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책임 이행을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기업경영헌장은 7대 원칙(21개 세부지침)으로 경제성장(일자리 창출·복지 확대), 윤리경영(투명·준법경영 및 국제규범 준수), 건강한 기업생태계 구현(협력사 동반성장·중소기업 지원·소상공인 보호), 소비자 권익 보호, 근로자 권익 증진, 사회문제 해결 선도(환경경영·사회공헌·지역사회 발전), 실천 다짐을 제시했다.

이는 전경련이 17년 전인 1996년에 채택한 기업윤리헌장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다. 기업윤리헌장의 13대 원칙 중에서 기업경영헌장과 유사한 것은 사회책임 이행, 투명경영, 대·중소기업 간 협력, 소비자 권익, 기업 구성원 이익, 환경경영, 지역사회 발전, 국제규범 준수, 실천 다짐 등 9개에 달한다. 나머지는 정당한 이윤창출, 정경유착 근절, 전문경영인 육성, 공정경쟁 등이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등장하고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것은 전경련의 기업윤리헌장이 지난 17년간 '구두선'에 그쳐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새로 제정한 기업경영헌장도 말보다 실천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경련은 대선 이후에도 겉으론 경제민주화의 실천을 다짐하면서도, 실제론 박근혜 당선인이 제시한 대선 공약과 여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한 예로 전경련은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하도급거래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확대,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조정협의권 부여, 중소기업 적합업종 실효성 제고, 공정거래 관련법 위반행위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 공정위의 전속고발제 폐지, 재벌 총수의 사익편취 근절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지원 규제 강화 등에 모두 반대한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헤 "기업경영헌장은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뛰어넘어 실질적 행동을 위한 다짐과 결의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향후 세부 실천 규정 마련, 경영헌장 실천협의체 운영, 기업경영헌장 실천 주간 지정 및 행사, 모범사례집 발간, 윤리경영 아카데미 운영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