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친해지고 싶은 아빠는 이것 하면 된다

2013. 2. 23. 23:1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과학TALK] 딸과 친해지고 싶은 아빠는 이것 하면 된다

  • 이재원 기자
  • 조선비즈 입력 : 2013.02.23 02:10 | 수정 : 2013.02.23 11:29

    “난 이다음에 커서 아빠랑 결혼할 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며 품 안을 파고들던 10살짜리 딸아이가 변하기 시작한 건 새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전화를 해 언제오냐고 묻던 아이는 이제 집에 들어가도 반기기는커녕 TV 속 연예인과 눈을 맞추기 바쁘다.

    대화도 달라졌다. 틈만 나면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쉴 새 없이 재잘재잘 떠들더니, 이제는 갖고 싶은 것을 사달라는 요구만 늘어놓는다. “벌써 놓아줄 준비를 하기 시작해야 하나…” 서운한 마음에 딸아이를 되찾을 궁리를 해보지만, 묘안이 떠오르질 않는다. 어떻게 하면 딸아이와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미국 연구진이 답을 내놨다.

    마크 T. 모만 미국 베일러대 교수팀은 학술지 휴먼 커뮤니케이션 최근호에서 “많은 아빠와 딸들이 서로 가까워진 계기로 ‘함께 운동을 한 순간’을 꼽았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운동을 통해 친해지는 것은 남성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여성들의 경우 대화를 통해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달랐다.

    연구진은 아빠와 딸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43명의 아빠와 43명의 딸을 상대로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 중 부녀(父女)사이인 사람은 없었다. 딸들의 나이는 22세 이상이었고, 아빠들의 나이는 45세부터 70세까지 다양했다. 참여자 중에는 입양, 재혼 등을 통해 아빠나 딸을 만난 사람들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아빠 또는 딸과 가까워진 계기로 무엇을 가장 많이 기억하는지를 물었다.

    딸들이 아빠와 친밀감을 느낀 계기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함께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특히 많은 딸이 아빠와 운동을 시작했을 때 아빠와의 친밀감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아빠를 최고의 놀이상대로 느꼈다”면서 “운동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경쟁’과 ‘위험 감수’, ‘자립심’ 등을 배우기도 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에는 “함께 운동을 하면 내가 (아빠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고 말한 이도 있었고, “아빠가 우리 소프트볼팀의 코치를 해주기 위해 퇴근한 순간들을 사랑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딸들은 주로 함께 운동을 하는 동안 아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순간을 중요하게 기억했다.

    딸들은 또 함께 일한 순간과 함께 휴가를 보낸 시간도 부녀가 친해진 계기로 꼽았다. 한 응답자는 “자라는 동안 회사일로 바쁜 아빠를 볼 기회가 적었다”면서 “하지만 일을 같이하면서 아빠의 여러 가지 다른 모습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휴가를 함께 보낸 일을 꼽은 응답자는 “6살 때 여행을 하면서 아빠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던 때 친밀감을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딸들이 아빠와 함께 활동하는 것에 이어 중요한 순간으로 꼽은 것은 결혼이었다. 결혼의 경우 어떤 사람에게는 아빠와 친해지는 계기가 됐지만, 대부분은 부녀간 친밀도가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멀어진 이유로는 아빠가 더는 나의 보호자가 아니라는 점 등이 꼽혔다.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응답자는 ‘아빠가 남편과의 결혼을 허락했을 때’를 꼽은 경우였다. 또 대학 입학이나 취업 등을 이유로 독립해서 집을 떠나는 경우 역시 친밀감이 떨어진 순간들로 꼽혔다.

    그럼 아빠들은 언제 딸과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을까? 아빠들 역시 딸들과 함께 활동한 순간, 특히 함께 운동을 한 순간을 친밀감이 높아진 계기로 가장 많이 꼽았다. 한 아빠는 “엄마나 형제가 아닌 나와 운동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딸과 유대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아빠는 “딸과 운동을 하는 것은 대화할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빠들은 또 종교 활동이나 집안일을 함께 했을 때, 딸에게 운전을 가르쳤을 때 등을 친밀감이 높아진 계기로 꼽았다.

    함께 활동한 순간에 이어 아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계기도 딸들과 마찬가지로 딸의 결혼이었다. 아빠들에게도 딸의 결혼은 좋았던 순간이기도 했고, 나빴던 기억이기도 했다. 딸이 아빠 대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된 것이 멀어진 이유로 꼽혔고, 함께 결혼 계획을 짜는 동안 대화할 기회가 많아서 좋았다는 것이 가까워졌다는 사람의 경우다. 이어 딸이 데이트를 시작할 때도 관계가 변하는 순간으로 꼽혔다. 아빠는 딸을 보호하려고 하고 계속 걱정을 하기 때문에 딸들은 아빠보다는 엄마와 상의를 하게 되고, 그 결과로 부녀간의 친밀도는 줄어들게 됐다고 한다.

    이 밖에 참가자들이 꼽은 중요한 순간들은 딸의 사춘기, 가정의 위기, 부모의 이혼, 딸의 재정적인 독립, 출산, 초등학교 입학, 고등학교 졸업, 친구를 사귀기 시작한 때, 아빠와 딸이 우정을 갖기 시작했을 때, 딸이 나쁜 결정을 했을 때 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