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4%중반 다이렉트 재형저축 출시

[단독] 산은 4%중반 다이렉트 재형저축 출시

전재호 기자

 

입력 : 2013.02.24 09:45

강만수 회장 “재형저축에서 이익 남기지 마라”
은행 직원이 직접 찾아가는 ‘다이렉트’ 상품 준비

고금리로 ‘다이렉트 상품’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KDB산업은행이 연 금리 4% 중반 대의 ‘다이렉트 재형저축’(가칭)을 출시한다. 다이렉트 재형저축은 산업은행의 기존 다이렉트 상품 처럼 영업점 창구에서 가입할 수 없고 고객이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으로 가입신청을 하면 산업은행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판매된다. 산업은행 다이렉트 상품은 영업점 운영비를 줄여서 고객에게 금리로 돌려주기 때문에 일반 상품보다 금리가 약 0.5%포인트 높은 게 특징이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24일 “재형저축의 가입대상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에 미래 고객을 선점하는 차원에서 영업점에서 파는 상품 외에 직원이 직접 찾아가는 다이렉트 재형저축도 준비하고 있다”며 “금리는 일반 영업점 상품보다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이렉트 재형저축은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지난 20일 각 계열사 대표와 가진 회의에서 “재형저축에서 이익을 낼 생각을 하지 말고 ‘KDB다이렉트’ 처럼 센세이션(sensation)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또 이 회의에서 ‘파격’, ‘임팩트(impact)’란 단어까지 써가며 재형저축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2011년 다이렉트 상품으로 돌풍을 일으킨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이 재형저축에서도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강 회장은 "재형저축에서 이익을 남길 생각을 하지 마라"고 강조해 고객들은 연 4% 후반의 고금리를 받게 될 전망이다./조선일보DB

산업은행이 2011년 9월 29일 출시한 다이렉트 정기예금·자유적금·수시 입출금예금은 판매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켜 지난 20일까지 1년 5개월 만에 총 8조6600억원의 예수금을 모았다. 월평균 약 5094억원이다. 반면 이들 세 개 상품과 똑같은 구조를 가진 영업점 판매 상품은 지난해 7월 9일 출시 이후 지난 20일까지 약 6개월간 총 1조7800억원의 실적을 올려 월평균 약 2966억원이었다.

산업은행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빈약한 영업채널을 만회하기 위해 도입한 다이렉트 상품이 인기를 끈 이유는 높은 금리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0.1%포인트 금리라도 더 받으려는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판매 중인 ‘다이렉트 Hi자유적금’은 1년 이상 금리가 3.7%(22일 기준), 2년 이상 3.72%, 3년 이상 3.89%다. 반면 똑같은 구조의 영업점 판매 상품은 1년 이상 금리가 3.2%, 2년 이상 3.3%, 3년 이상 3.35%로 다이렉트 상품보다 금리가 최고 0.54%포인트 낮다.

일반 재형저축 금리가 4% 초반대에서 출시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다이렉트 재형저축 금리는 최고 4% 중반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이윤을 포기하면서까지 재형저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미래 고객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소매금융을 확장하려고 노력 중인 산업은행은 재형저축 가입자에게 높은 금리를 주는 대신 기본계좌를 산업은행으로 옮기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재형저축 가입대상인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는 미래의 대출 고객이 될 수 있다”며 “당장 이익을 남기진 않더라도 길게 보면 산업은행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들도 재형저축 출시 준비에 한창이다. 그러나 금리는 산업은행 다이렉트 재형저축 보다 낮은 연 4%초반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은 산업은행의 다이렉트 상품에 대해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정책금융기관의 낮은 조달금리를 이용해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과도한 영업점 비용 등 거품을 제거해 만든 상품이지 금리 덤핑 상품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재형저축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위한 저축 상품. 1970~1980년대 서민이 목돈을 만드는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재원 부족으로 1995년 폐지된 후 2013년 3월 재출시 예정. 분기당 300만원(연간 1200만원)까지 저축할 수 있으며 7년 이상 가입을 유지하면 이자소득세와 배당소득세 15.4%(주민세 포함)가 면제됨. 직전 과세 기간 총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나 종합소득금액이 3500만원 이하인 개인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음. 2015년 12월 31일까지만 가입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