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업무지시… 임원들 “카톡이 무서워”

2013. 4. 22. 22:38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비즈카페] 24시간 업무지시… 임원들 “카톡이 무서워”

국민일보 | 입력 2013.04.22 18:11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 담당 본부장은 지난 토요일 아침 7시 대체휴일제 관련 보도 현황을 정리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띄웠다. 전날 "대체휴일제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32조원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터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1분도 안돼 직속 상사로부터 "부회장에게 보고 하세요"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는 "채팅방을 이용하면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그리고 한번에 여러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고 곧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정보를 공유하기 수월하다"며 "하지만 주말이고 저녁이고 관계없이 업무 관련 대화가 오가다 보니 쉬는 날에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 메신저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업무 지시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재계 임원들이 적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각 본부 임원들은 카카오톡에 '임원방'을 따로 만들었다. 한 임원은 "이승철 부회장이 평소 아이디어가 많고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이라 수시로 지시사항이 전달된다"며 "언제 어떤 업무가 나에게 주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가끔 외면하고 싶은 때도 있지만 휴대전화를 두고 나오지 않는 이상 그럴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자체 개발한 메신저 '챗온'(ChatON)에서 업무별로 방을 만들어 회의를 하거나 정보를 공유한다. 삼성 관계자는 "필요할 때 손쉽게 업무를 전달할 수 있고 답변도 바로 들을 수 있어 웬만한 회의는 메신저로 대신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스마트폰은 24시간 켜두기 때문에 지시를 못 받았다는 등의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면서 "더구나 메시지를 보낸 쪽에서 내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 보는 즉시 응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