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2. 22:49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정말 빚 50% 탕감 해주죠?” 채무자들 상담창구로
한겨레 입력 2013.04.22 20:40 수정 2013.04.22 22:10
[한겨레]국민행복기금 가접수 첫날 북적
"하루라도 빨리…" 1만2천여명 몰려
"하루라도 먼저 빚을 떨궈내고 싶어 첫날부터 달려왔습니다. 진짜 50%가 되긴 되는 거죠?"
22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 3층 '국민행복기금 접수처'는 상담을 받거나 차례를 기다리는 70여명의 채무자로 북적였다. 2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1억원 이하 신용대출채권을 연체한 채무자들로, 345만명의 대상자 중 일부다. 30~70%까지 채무를 감면받은 뒤 남은 빚은 최대 10년 분할상환할 수 있다. 미리 마련된 40개의 부스에 상담원과 마주 앉은 채무자들은 빽빽이 적은 '채무조정신청서'를 내밀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선거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 후보자의 국민행복기금 공약을 주시해 왔다는 정아무개(67·여)씨는 접수가 시작된다는 뉴스를 보고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기회가 왔다' 싶었다"고 말했다. 1998년 남편의 자영업이 망하자 빚더미에 앉았다는 정씨는 현재 친척집에 살며 월 9만6000원의 기초노령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남편은 2004년 '한마음금융' 제도를 이용해 8년간 매달 30만원씩 갚아 지난해 빚을 다 탕감했으나 본인의 카드빚 1000만원가량은 방치해 왔다고 한다. 정씨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었는데 갚을 능력이 안 돼 여기까지 왔다. 이젠 진짜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 김아무개(52·여)씨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3시간에 걸쳐 서울 강남 캠코 본사까지 왔다. 집 앞에 접수 대행기관인 케이비(KB)국민은행이 있지만 "내 빚의 채권자인 기관에 가서 깎아달라 말하기가 꺼려져" 캠코 본사까지 왔다고 한다. 국민은행에서 2002년 대출받은 빚이 저축은행과 채권추심기관으로 넘어갔고, 1200만원으로까지 불어났다. 김씨는 "원금이 얼마였는지 이젠 기억도 안 난다. 빚독촉에서 해방되고 싶어 왔다. 식당에서 12시간씩 하루 6만원을 버는데 꼭 다 갚고 싶다"고 말했다.
'채권금융회사별 채무액' 작성란을 7번까지 채운 박아무개(72)씨는 "아이엠에프(IMF)라고 하고 금융위기라고 하지 않냐. 내 잘못도 있지만 경기 탓도 있다. 이런 제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 같은 70살 이상 고령자를 비롯해 기초생활 수급자와 중증장애인은 채무감면율이 원금의 70%까지 확대된다.
일부 채무자들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접수처를 방문하기도 했다. 창업 실패로 빚을 졌다는 이아무개(34)씨는 "첫날이라 언론들이 나와 있을 것 같아서 가리고 왔다. 내 상태를 알려 좋을 게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 50대 여성은 카메라 취재진한테 '왜 마음대로 촬영을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 6시 기준으로 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 국민은행, 엔에이치(NH)농협은행 등 접수기관에 총 1만2367건의 채무조정이 접수됐다. 이달 말까지 가접수가 끝나며, 5월부터 10월까지는 본접수를 한다.
송경화 기자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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