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는 일본경제 위험에 빠뜨리는 지름길”

2013. 5. 18. 22:31C.E.O 경영 자료

“아베노믹스는 일본경제 위험에 빠뜨리는 지름길”

박종규 금융연구위원 지적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수단인 무제한적 통화방출과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유도는 일본 경제를 구하는 열쇠가 아니라 일본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7일 ‘아베노믹스 이후의 일본경제’라는 글에서 “경기회복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 탈출에 따른 세입 증가가 이자지급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순간 재정위기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정책당국은 금리인하와 원화절하 요구를 따라가는 것보다 일본의 재정위기와 그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위원은 아베노믹스의 성패 여부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금이 더 걷히는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아베노믹스의 목표는 양적완화를 통해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2년 내 2%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하는 것이다.

양적완화는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인데, 장기적으로는 국세수입의 80%가량을 국채 이자지급에 써야 한다.

박 연구위원은 엔·달러 환율 상승(엔화가치 하락)으로 발생하는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켜 오히려 일본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돼 인플레이션이 곧 세수 증가로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세금에 민감한 일본 유권자의 성향을 감안하면 세율을 올리거나 과세기반을 확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아베노믹스가 경기를 회복시킬지는 몰라도 재정건전성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정책적 개혁이라기보다는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는 위험한 모험에 가깝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엔저 공습’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일부의 목소리에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화가 달러당 70엔대를 유지했던 2011년 여름에서 2012년 가을까지가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기업에는 상당한 행운의 기간이었다”며 “정작 정책대응이 필요한 부분은 현재까지의 엔화절하가 아니라 아베노믹스 이후의 일본 경제”라고 밝혔다.

한편 유로 퍼시픽 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시프는 1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뉴스 전문방송 CNBC에 나와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경제학 이론을 거스르는 것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엄청나게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채권 거품을 계속 키우면 인플레이션 쓰나미를 풀어놓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일본 정부가 정책 변화를 시사하면 거품이 결국 붕괴하고 주가도 함께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