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인가구, 저임금→高 주거비→미래 포기 악순환"

2013. 6. 10. 21:2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청년 1인가구, 저임금→高 주거비→미래 포기 악순환"

경향신문 | 이성희 기자 | 입력 2013.06.10 20:08

 

 

최모씨(31·여)는 매달 월급을 받으면 현금으로 25만원을 TV 뒤에 넣어둔다. 이 돈은 매달 내야 하는 월세로, 최씨는 굶는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고 했다. 얼마 전 첫 직장에서 받은 그가 월급은 88만원. 월세를 빼면 60여만원이 남는다. 이런저런 생활비를 제외하면 저축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최씨는 "그냥 살 수는 있지만 이게 과연 청년의 삶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원 임모씨(30)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5평짜리 원룸에 혼자 사는 임씨의 월 소득은 140만원.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에 사는 그는 "월세 내려고 돈을 버는 것 같다. 8년 동안 모은 돈이 고작 300만원"이라며 "전기가스비가 부담돼 겨울에는 난방기 틀기도 무섭다"고 한탄했다.

고시원에 살며 방음과 채광, 환기 등 기본적인 주거환경까지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회사원인 이모씨(28·여)는 "냉장고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반대쪽으로 돌아누우니 옆방에서 남자 소변 보는 소리까지 들려 미치겠다"며 "한때는 좁은 공간에서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충동도 느꼈다"고 말했다.

6개월째 고시원 생활을 하고있는 장모씨(32)는 "원룸에 살고 싶었지만 전세 보증금이 보통 6000만~7000만원 정도 했다"며 "직장인 우대대출을 알아보니 금리가 9점 몇 프로였다. 결국 부담스러워 이율표만 보고 포기했다. 결혼 등 미래를 꿈꾸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사회초년생으로 저임금을 받으며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복지망도 전무해 결혼 등 안정된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동향연구소와 한국청년연대 등이 지난달 8일부터 한달 동안 20대에서 30대 초중반 청년 600명(남성 308명, 여성 292명)을 대상으로 청년주거문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1.3%가 월세거주자였다. 이들 중 49.2%는 매달 월세로 20만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54.7%는 원하는 청년 지원 정책으로 주거비용을 꼽았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주거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청년 1인 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며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원룸텔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 임대료 지원 등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오는 11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2030세대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