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0. 20:20ㆍ부동산 정보 자료실
집값 추락에 .. "아파트 대신 돈 달라" "계약 해지" 줄소송
서울 도곡동 진달래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이었던 정모씨는 2008년 3월 아파트 분양 신청을 했다. 강남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도곡렉슬 아파트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수익성이 있다고 봤다. 이듬해인 2009년 4월엔 동·호수까지 배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계약을 맺지 않고 석 달 뒤 조합 측에 "아파트 대신 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부동산 경기가 계속 나빠지자 차라리 돈을 받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재건축조합이 이를 거절하자 정씨는 청산금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경란)는 지난 3월 "조합은 정씨에게 9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철회한 경우 아파트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현금으로 청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은 조합 측이 청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2009년 10월 인천국제공항 인근 '영종하늘도시'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모씨. 김씨는 영종도~청라를 잇는 제3연륙교, 인천역~인천공항 간 제2공항철도, 10여 개 학교가 들어설 것이란 분양광고를 '호재'라 믿고 계약을 했다. 하지만 제3연륙교는 착공조차 못 하고 학교도 3곳만 들어서는 등 개발사업이 예정보다 지지부진하자 소송을 냈다.
인천지법 민사14부(부장 박재현)는 지난 2월 김씨 등 분양계약자 2099명이 시공사 등을 상대로 낸 분양계약 해지 및 분양대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시공사가 분양금의 12%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양광고와 달리 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건설사들이 입주자를 속였다고 보기 어려워 분양계약을 해지해 달라는 입주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까칠해진' 입주자들이 건설사나 시행사를 상대로 낸 소송이 늘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 대신 돈으로 받겠다는 청산금 청구소송이 대표적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08년 2건에 불과했던 청산금 소송은 지난해 32건으로 크게 늘었다. 청산금 소송이 늘어난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재건축 분양권이 예전만큼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계약 해지 소송도 마찬가지다.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입주 예정자 2000여 명은 "분양 시 홍보했던 지하철 7호선 연장, 로봇랜드 등 개발 사업이 약속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시공사 9곳을 상대로 낸 계약해지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입주자 일부는 중도금 대출이자 납부도 거부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 이승수(건설·부동산팀) 변호사는 "시행사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분양가보다 입주 시 아파트 값이 떨어지자 '발빼기식' 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갖고만 있어도 부동산값이 올랐던 과거엔 생각할 수 없었던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변호사도 무료 상담 등을 내세워 집단 소송을 유도하고 있다. 주로 ▶분양 미달로 최초 분양가보다 최종 분양가를 할인한 데 대해 최초 분양 계약자들이 낸 분양계약 해지 소송 ▶시공상 하자·입주 지연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대출금을 못 갚는 데 대해 금융기관이 낸 대출금 반환 소송 등이다.
현대·삼성·대우·포스코·GS 등 대형 건설사들은 각각 분양·부실공사 하자 관련 소송만 수십~수백 건씩 진행 중이다. 소송가액 규모는 1000억~4700억원에 달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공 하자나 시행·시공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소송도 있지만 분양대금 일부라도 돌려받으려는 목적의 부당이득 반환소송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 khkimjoongang.co.kr >
◆재건축 청산금=재건축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현금으로 지급받는 돈.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48조는 '토지 소유자가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철회한 경우 등에 대해 시행사가 청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분양계약 해지 소송=아파트 등을 분양받은 사람이 시행사와 맺은 분양 계약에 대해 계약 해제나 취소, 손해배상 청구 등을 구하는 소송. 보통 허위·과장 광고를 근거로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김기환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k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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