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안전자산' 美 달러 가치는 왜 추락하나

2013. 8. 28. 22:18지구촌 소식

[Why] '위기의 안전자산' 美 달러 가치는 왜 추락하나

조선비즈 | 김남희 기자 | 입력 2013.08.28 15:09
'믿었던 미국 달러화 가치는 왜 이 모양인가.'

신흥국 통화 가치가 줄줄이 내리막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5년간 이어진 미국의 양적 완화(통화 팽창) 시대의 종말이 가까워지면서 생긴 일이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기피하고 미국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탓이다. 하지만 미국 달러 가치도 같이 떨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어쩐 일일까.

미국 달러화는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그런 명성이 무색해졌다. 외환위기설에 휩싸인 인도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한 와중에 달러화 가치도 같이 떨어졌다. 금융시장에 위기가 발생하면 인기가 치솟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곤두박질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이 지난 5월 채권 매입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기폭제였다. 신흥국에 몰렸던 자금은 재빨리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달러당 17% 넘게 하락했다.

특이한 점은 이 기간 달러화 가치도 하락했다는 점이다. 주요 6개 통화(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크로나·스위스프랑)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지난 3개월간 2%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매도에 주목했다.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금리 상승 전망에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를 내던졌다. 국채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는 올라갔다. 최근 3개월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75%포인트 올랐다. 버냉키 의장이 내년 중반에 채권 매입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대략적인 시점만 밝혔을 뿐, 구체적으로 언제, 얼만큼씩 줄일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아 혼란이 커졌다.

FT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이 달러화의 방향을 정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FOMC 회의는 다음 달 17~18일에 열린다.

UBS는 지난 21일 낸 보고서에서 "연준이 채권 매입 축소에 돌입하는 시기는 9월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UBS는 연준이 매달 사들이는 채권(국채, 모기지담보증권) 규모를 초반에는 100억달러 정도 줄일 걸로 예상했다. 현재 연준은 매달 850억달러어치(약 95조원)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환율방어에 나선 신흥국의 달러화 매도도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자국 통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화를 연일 방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신흥국들이 외부적 요인 때문에 달러화를 방출해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루피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수차례에 걸쳐 외환시장에 개입한 걸로 추정되고 있다. 27일 달러당 루피화 환율은 66.24루피로 2% 넘게 올랐다(루피화 가치 하락).

AFP는 "이날 인도 중앙은행이 달러당 65.90루피 수준에서 달러화를 매도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22일 연말까지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외환시장에 600억달러를 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이미 개입한 규모만도 300억달러에 달한다. 브라질 헤알화는 최근 3개월간 1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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