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 21:58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뉴시스아이즈]또 바뀌는 대입 제도…교육현장 '혼란'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대학입시 제도가 또 다시 대폭 수정됐다. 교육부는 복잡한 입시 제도를 개선하고 수험생 부담을 줄이기 위해 3000개에 이르는 대입전형을 축소하고 수시에서 수능 반영을 점차 줄여나가기로 했지만 교육계는 “혼란만 더 부추기는 대입 제도”라고 우려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자칫 사교육만 더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택형 수능’ 도입 1년 만에 폐지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에 따르면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입시를 치르는 2017학년도부터 ‘선택형 수능’이 전면 폐지된다.
수험생들의 혼선을 유발해 온 영어 과목은 내년인 2015학년도 입시부터 수준별 시험을 폐지하고 국어, 수학 과목은 유지하기로 했다.
‘선택형 수능’은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으로 나눠 시험을 보는 것으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시행 첫 해부터 이 제도로 인해 입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선택형 수능이 첫 시험도 치러보기 전 도입 1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대입 제도가 시행 1년 만에 사라지는 것은 1954학년도 ‘대학입학연합고사’, 1994학년도 ‘수능 2회 시행’, 2008학년도 ‘수능 등급제’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수준별 수능은 사실 처음 발표될 때부터 여러 문제 제기가 있어 왔고 모의고사 시행 과정에서도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며 “원래 취지는 좋은 뜻이긴 하지만 계속 수준별 수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수능 영어를 대체하기 위해 국가 예산 393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의 수능 연계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NEAT는 지난해 6월 첫 시험이 치러졌는데 시험 시행 1년 만에 백지화된 셈이다.
고교 성취평가도 도입만 하고 대입 반영은 2019년 이후로 유예하기로 했다.
성취평가는 교육과정에서 정한 성취·평가기준에 따라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A·B·C·D·E’로 평가하는, 절대평가와 비슷한 제도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성취평가를 대입 전형에 반영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학교 현장에는 적용하되 대입 반영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2017학년도 문·이과 폐지 검토
2017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가 폐지되고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모두 치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이과로 통용되는 인문계·자연계는 1963년 2차 교육과정 때 도입된 것으로 이번에 폐지되면 사실상 50년 만의 폐지다.
교육부는 문·이과 유지와 폐지 등 3개의 개편안을 두고 여론 수렴을 통해 10월 확정된 수능 시험 체제를 발표할 계획이다.
제1안은 현행 골격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국어, 영어는 단일 시험으로 통합하되 수학 영역은 문·이과별로 출제 범위(가/나형)를 다르게 해 출제한다.
탐구 영역은 현행과 같이 사회/과학/직업탐구로 구분해 영역 내에서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성적은 분리해 산출한다.
제2안은 문·이과 일부 융합안으로 문·이과별로 교차해 과목을 선택하는 등 기존의 수능 체제 틀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이다.
국어, 영어는 문·이과 가르지 않고 공통으로 출제하되 수학의 경우 공통 과목을 설정한 뒤 나머지 과목(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중에서 1과목을 선택한다.
탐구 영역은 학생이 선호하는 중심 영역에서 2과목을 선택하고 기타 영역에서 1과목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문과 학생의 경우 사회 탐구에서 2과목, 과학 탐구에서 1과목을 선택하는 식이다.
제3안은 문·이과의 구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과목을 보게 된다.
국어, 영어, 수학은 출제 범위를 각각 동일하게 설정하고 사회는 모든 사회 과목의 내용을 포함한 ‘사회’ 과목을, 과학은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4과목이 융합된 ‘과학’ 과목을 치르게 된다.
◇한국사 2017학년도 수능 필수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 교육부는 한국사를 사회탐구 영역에서 분리해 모든 수험생들에게 필수로 응시하게 할 방침이다.
발표된 수능 체제 3개안 중 현행 문·이과 분리안, 융합안 중 어떤 안으로 결정되든 한국사는 필수과목이 된다.
만약 현행 골격을 유지하는 제1안이 선택될 경우 학생들은 현재 수능 체제에서 한국사를 별도로 보게 된다.
문·이과를 일부 융합한 제2안이 선택되면 학생들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심 영역 2과목, 기타 영역 1과목에 한국사를 더해 보게 된다.
문·이과를 폐지한 제3안이 선택될 경우 학생들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에 한국사를 별도로 보게 된다.
한국사는 현재도 고교 교육과정 필수 교과로 지정돼 있어 한국사가 수능 필수가 되도 현행 고교 교육과정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수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출제 경향 등을 미리 안내하고 시험 난이도를 조절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교육계는 학생 부담과 사교육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 단국대사범대부속고 오장원 교사는 “국사는 지금도 학습량이 많아서 학생들에게 큰 부담인 과목”이라며 “과거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 과목을 3개에서 2개로 줄였는데 이렇게 되면 그 취지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2017학년도 수시, 수능반영 안 해
교육부는 내년에 치러지는 2015학년도 수시모집부터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 수능 성적 반영을 완화하도록 대학에 유도할 계획이다.
수시모집은 학생들의 성적보다는 학교생활과 특기·소질을 중심으로 평가해 선발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수능 점수가 개입되면 본래 취지가 퇴색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백분위가 아닌 등급으로 설정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수시에서 수능 성적의 영향력을 줄여보겠다는 구상이다. 수능 위주로 학생을 선발해 왔던 우선선발을 사실상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오는 2017학년도부터는 수시모집 종료 후에 수능 성적을 제공해 수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을 반영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은 수시에서 수능성적을 전혀 반영할 수 없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시의 원래 취지대로 아이들의 잠재력과 학생부 중심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대학 쪽의 요구가 있어 여론을 수렴해 결정할 계획”이라며 “우선 2015~2016학년도에는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수능 성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선발을 지양하도록 유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는 교육부의 이 같은 정책이 수시에서 논술 영향력이 강화돼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학별 전형 간소화…효과는 ‘글쎄’
교육부는 3000개에 육박하는 복잡한 입학전형으로 인한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대학별 전형방법 수를 최대 6개 이내로 제한해 수시는 4개로, 정시는 2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로 전형수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수험생들의 혼란만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학 전형 방법은 수시전형은 평균 5.2개 정시는 평균 2.6개 정도 수준으로 최대 6개로 줄이더라도 크게 줄어드는 효과는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형 방법을 줄여 복잡한 대학 입시를 간소화하겠다던 정부 취지와는 달리 큰 성과 없이 수험생들에게 또다시 혼란만 야기 하게 되는 셈이다.
산술적으로 전국 215개 4년제 대학(지역 캠퍼스 포함)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더라도 수시는 1118개에서 860개로 정시는 559개에서 430개로 줄어드는 등 큰 감소 효과는 없다.
수시와 정시 모두를 합해 계산해도 전체 1677개 수준에서 1290개 수준으로 대학 한 곳당 평균 1.8개꼴로 줄어드는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교육부는 예체능계열 및 사범대 모집 단위의 경우 최대 전형 방법 수 기준에서 제외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이 경우 실제 전형 수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육부 역시 이에 대한 지적에 일정 부분 인정했다.
박백범 대학지원 실장은 “현재 대입전형은 전형명으로 볼 때는 3000개에 육박한데 전형 방법은 이 보다 훨씬 적다"며 "대입 전형명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형방법을 약간씩만 더 줄이겠다는 것이라 대학들도 전형방법을 간소화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많은 전형 방법을 사용하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전형 방법을 줄여나가 전체 전형방법을 수백 개 정도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범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3000개가 넘는 전형방법 명칭을 학생과 학부모가 알기 쉬운 명칭으로 바꾸는 것으로 입학전형을 간소화했다고 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며 “대학들이 우수학생을 골라 뽑는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공식 문서나 학생·학부모 안내 문서에는 실기 위주 전형, 학생부 위주 전형과 같은 단순 명칭만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같은 전형이라도 TV 광고 등에는 이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 수험생들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모(38) 교사는 “대입제도를 간소화 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크게 달라지는 게 없어 보인다”며 “특히 같은 전형이라도 광고에서의 명칭과 대학이 발표하는 입시요강 명칭이 다르다면 수험생들에게 더 큰 혼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서울과 대구, 광주, 창원, 청주 등 권역별 공청회 등을 개최하고 의견을 수렴해 9월 중순께 2015학년도 대입전형기본사항을, 10월 중 2017학년도 대입제도(안)를 확정할 예정이다.
you@newsis.com
'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LG전자, 아이디어 낸 직원에게 1년치 연봉 상금 줘 (0) | 2013.09.02 |
---|---|
엇갈린 생활물가…배추 70%↑·고등어 5%↓ (0) | 2013.09.02 |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3명은 '불법체류'…왜? (0) | 2013.09.01 |
실리콘밸리 갔다온뒤 달라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0) | 2013.08.31 |
거래 '꿈틀'…8·28 부동산 대책 효과 나타나나 (0) | 2013.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