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꺾이고 밤에는 선선해지기까지 했지만, 추석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은 아직 식중독에 대한 경계를 풀 때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에서 식중독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달이 9월이었다. 특히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열흘 이상 빨리 찾아왔다.
자칫하면 온 가족이 단체로 식중독에 걸려 앓아누울 수 있다.
위생적이고 건강한 추석상을 차리기 위한 주의사항을 점검해본다.
채소·육류·생선 도마 따로 사용
■ 조리도구부터 깨끗하게 채소, 고기, 생선 등 재료에 따라 칼과 도마를 구분하는 것은 기본이다. 재료마다 바꿔 쓸 칼과 도마가 없다면, 매번 깨끗이 씻은 뒤에 사용해야 한다. 준비할 음식이 많아 행주를 삶고 말릴 시간이 없는 명절 기간에는 행주 대신 세균 번식의 위험이 없는 종이타올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추석에는 많은 양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 평소 잘 쓰지 않던 조리도구를 꺼내 사용하는 일이 많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프라이팬이나 냄비에는 묵은 때나 먼지가 쌓여 있을 수 있다. 프라이팬이나 냄비에 물을 담고 베이킹소다를 풀어 15분 정도 끓이면 묵은 때도 쉽게 벗겨진다.
차례상을 차릴 때 쓰는 목기는 수세미로 닦으면 흠이 날 수 있다. 물에 적신 행주나 종이타올로 닦는다. 목기를 오래 쓰려면 사용 뒤에도 전용 세제로 기름기를 제거하고 마른행주나 종이타올로 물기를 말끔히 제거한 뒤 그늘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쇠고기 손질한 칼은 찬물로 먼저
■ 고기 손질 땐 위생장갑을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익히지 않은 육류를 맨손으로 만지면 식중독균에 오염될 수 있다. 고기를 만진 뒤 매번 손을 씻으려면 번거로우니 위생장갑을 끼고 손질하는 게 좋다.
육류 손질에 사용한 칼이나 도마 등 조리도구를 세척할 때에는 찬물로 먼저 씻어낸 다음에 뜨거운 물로 세척한다. 처음부터 뜨거운 물로 세척하면 단백질이 응고돼 잘 씻기지 않는다.
미끈미끈한 해산물을 손질할 때에는 종이타올이 효과적이다. 미끌거려 손질이 번거로운 오징어는 종이타올을 이용해 한쪽 껍질을 잡은 뒤 당기면 간편하게 껍질을 벗겨낼 수 있다.
그대로 전을 부치거나 으깨서 동그랑땡 재료로 사용하는 두부는 물기를 충분히 빼야 조리할 때 기름이 튀지 않는다. 소금을 살짝 뿌린 뒤 채반에 올려둬야 한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종이타올로 두부를 감싼 뒤 위에 무거운 그릇 따위를 올려놓으면 물기를 쉽고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생선 구울 땐 종이포일 깔고
■ 종이타올로 기름기 줄여요 먹을 게 늘 부족했던 옛날에는 명절에라도 기름진 음식을 실컷 먹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추석 상차림에는 기름진 음식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평소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현대인의 건강에는 명절 음식은 부담스럽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기름 섭취를 줄이고 칼로리를 낮출 수 있다.
생선을 굽거나 고기를 구울 때 프라이팬 바닥에 종이호일을 깔고 조리하면 조리 중 배어나오는 기름이 종이포일에 흡수돼 기름기를 줄일 수 있다. 단, 종이포일이 프라이팬 밖으로 나와 불에 직접 닿으면 불이 붙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나물 등 채소를 볶을 때 바닥이 평평한 일반 프라이팬 대신 바닥이 좁고 깊은 ‘웍’을 사용하면 훨씬 적은 기름으로 요리할 수 있다. 전이나 튀김을 만들면서 완성된 음식을 채반 따위에 올려놓곤 하는데, 채반이나 쟁반에 종이타올을 한 두 장 깔면 효과적으로 기름기를 줄일 수 있다.
과일·채소 별도 밀폐용기에
■ 과일과 채소도 따로 보관 익히지 않은 해산물과 육류 등을 익힌 음식과 닿지 않도록 분리해 보관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채소나 과일도 분리 보관해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과일 중에서도 특히 사과나 배 등은 보관 과정에서 에틸렌 가스를 방출하는데, 에틸렌 가스는 시금치, 양배추, 오이 등 채소를 쉽게 물러지게 하고 부패를 앞당긴다. 과일과 채소는 별도의 밀폐용기에 분리해 보관하는 게 좋다.
남은 음식은 반드시 냉장 보관하고, 성묘 등을 위해 오랜 시간 이동할 때에는 아이스팩이나 얼음을 넣은 아이스박스를 사용한다. 사용을 마친 주방도구는 깨끗이 씻고 물기까지 제거해주는 게 좋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마른 종이타올로 물기를 말끔히 제거한 뒤에 보관한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