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9. 19:39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집에서 원격 진료받는 시대..난제도 산더미
정부 "국민편의 늘어"vs의료계 "환자 얼굴보고 진료해야…대형병원 쏠림 심해질 것" 연합뉴스 입력 2013.10.29 17:12 수정 2013.10.29 17:
정부 "국민편의 늘어"vs의료계 "환자 얼굴보고 진료해야…대형병원 쏠림 심해질 것"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경윤 기자 = "스마트폰으로 보내주신 혈압 수치는 정상 범위입니다. 혈압약 처방전 파일로 보내드릴 테니 내려받아서 출력하시고 약 사서 드세요."
정부가 29일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은 이처럼 정보통신(IT) 기기를 이용해 의사가 멀리 떨어진 환자를 진단·처방·관리할 수 있도록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순조롭게 통과한다면, 2015년 하반기부터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고 집이나 어디든 장소에 관계없이 진료받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 접근성 등의 측면에서 그만큼 국민 편익이 늘어난다고 강조하지만, 기존 의료계 등은 '대면 의료체계' 붕괴 혼란, 대형병원 원격진료 쏠림, IT기기 관련 부담 증가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미국·일본 1997년부터 허용…정부 "환자 접근성·편익 늘어"
이번 정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진단과 처방 행위를 포함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가 실현된다. 현행 의료법 테두리 안에서도 의사가 멀리 떨어진 곳의 의료인에게 지식이나 기술을 자문해주는 방식의 의사-의료인 사이 원격의료 정도는 가능하다. 그러나 이처럼 제한된 형태만으로는 '환자 편익'이라는 원격진료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에 부족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해외 선진국은 이미 10년 이상 앞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합법적 의료 서비스로 도입했다.
미국은 1997년부터 노인 대상의 '메디케어', 저소득층 대상의 '메디케이드' 제도를 통해 상담·외래진료·정신과진료·심리치료·영양치료·수술경과 진단·통증치료·가정보건·소아과진료·피부병학 등 다양한 서비스에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이들 원격진료 서비스에는 보험까지 적용된다.
일본 역시 1997년부터 만성질환 재진과 재택상담 등에 원격의료를 도입했다. 다만,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원격진료'의 대상은 만성질환자 가운데 재진 환자, 대면진료가 곤란한 벽·오지 환자 등으로 제한했다.
더구나 원격의료 관련 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대표적 '블루오션'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에 따르면 2011년 현재 116억 달러(14조원) 정도인 원격의료시장 규모는 2016년 두 배가 넘는 273억달러(33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국장은 "원격진료가 활성화하면 병의원을 직접 찾기 어려운 환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될 뿐 아니라 수술 후 환자 등에 상시적 관찰·관리 등도 가능해져 의학적 치료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의료계 "대면 진료체계 붕괴"…IT기술·비용 등도 문제
그러나 기존 의료계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면하지 않고 진단하는 원격진료는 의료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생각이 우려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정부의 개정안에서 수술 후 재택환자는 동네 의원이 아닌 병원급에서도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초진 단계에서부터 나중에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는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심해지지 않을까 의협은 우려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의료계의 지적이 부담스러운 눈치이다. 권 국장은 "정부안은 의원급에만 원격의료를 허용한다는 원칙을 명시했고, 수술 후 재택환자나 군·교도소 등 특수지역 환자 등에 대해서만 병원급(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원격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원격의료 대상을 경우에 따라 초진 또는 재진 환자로 한정하는 문제도 앞으로 의료계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시행령 등에 반영할 계획이다.
건강보험 문제도 더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부는 원격처방과 질병 상태 관찰, 전문상담 및 교육에 대해 먼저 건강보험을 적용할 방침이지만, 나머지 원격진료 서비스의 건강보험 보장 범위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다.
원격진료를 위해 환자나 의료기관이 별도의 비용을 들여 IT기기나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또 그 IT기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원격진료 정착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결국, 저소득층이나 IT기기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층에게는 원격 진료가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원격의료 기기·시스템의 오작동 우려, 오진했을 때 책임 규명의 어려움, 의료정보 유출 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단 정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도입 추진을 선언했지만, 이런 논란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국회 동의를 거쳐 1~2년 사이 실현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부의 기대만큼 원격진료를 활용할지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미 정부는 지난 10일 관련 의료법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시도하다가 의협 등 의료계가 반발에 부딪혀 이날까지 거의 20일 가까이 발표를 미룬 바 있다. 또 지난 18대 국회에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논의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결국 폐기됐다.
shk999@yna.co.kr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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