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바닥난 한국기업, 상반기 매출 증가율 0%

2013. 10. 27. 22:3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식어가는 성장엔진, 다시 돌려라] 체력 바닥난 한국기업, 상반기 매출 증가율 0%

 

‘빛바랜 영광’ 가전·조선, 세계 최고 기술에도 수익성 수년째 급감
‘불안한 영광’ 車·스마트폰, 시장 포화상태 우려 속 질적 성장 서서히 둔화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이 다시 동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한국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위기 극복을 자평한 것도 잠시,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한국 산업계를 이끄는 주력 산업의 동력은 다시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들이 기술 및 연구개발 투자, 생산성 향상 등에 나서야 할 뿐 아니라 핵심산업을 중심으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국제 경쟁력 향상에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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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2010년 17.2%를 기록했지만 이후 연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4.3%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엔 매출액 증가율 0%를 기록하며 성장이 정체되는 양상이다. 당기순이익률 추이도 지난 2010년 6.8%에서 지난해 4.2%까지 해마다 하락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3.9%로 3%대로 주저앉았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2008년 이후 대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2011년부터 한국 기업의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며 "한국호의 실적을 견인해 왔던 고성과기업 수가 감소하고 채무상환능력 취약 기업이 급증해 한국호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기에 수출 기업들이 겪게 되는 당연한 결과라고 치부한다면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살아나기를 기다리면 될 일이다. 과연 그런가? 오히려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경기침체 때문에 위기의 실체가 가려지는 것일 수도 있다. 갈수록 기술은 평준화돼 가는데 시장은 포화된 상태라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간판기업들이 내놓은 실적 속에서 위기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한때 한국 가전 업체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및 가전 사업은 세계 정상의 경쟁력에도 수익은 점점 줄고 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사업 부문의 올 3.4분기 영업이익이 3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4000억원과 지난 2.4분기 4300억원에 비해 각각 12.50%, 18.60% 줄어든 것이다. LG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는 지난해 51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322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가전사업부인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부도 지난해 5280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올해 4480억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세계를 주름잡던 조선업계도 사정이 비슷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2조74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 1조206억원으로 급락했다. 또 올해의 경우 8117억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금융투자 업계는 추정한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2011년 1조원이 넘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4863억원으로 반토막 났으며 올해는 4178억원으로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경기부진을 버티지 못하고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로 전환되는 등 어려움은 심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양대축인 자동차와 스마트폰은 위기가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성장세의 둔화나 시장 포화상태로 곧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자동차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 44조550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7.7% 감소했다.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면에서는 크게 후퇴한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 연구소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성장률이 3.1%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삼성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미국과 유럽 주요국, 싱가포르, 호주 등에서 이미 보급률 50%를 넘어 포화상태다. 국내 시장은 2007년 20만대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070만대를 정점으로 올해 2630만대(예상)로 이미 내리막길이다.

khchoi@fnnews.com 최경환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