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美양적완화 `당분간 유지` 시사

2013. 11. 14. 21:12지구촌 소식

옐런, 美양적완화 `당분간 유지` 시사

매일경제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스스로 세운 목표들을 향해 중요한 진전을 이뤄왔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은 더 남아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지명자(사진)는 인준 청문회를 하루 앞둔 13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미국 경기회복을 위해 중앙은행인 연준이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QE) 정책을 당분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뉴욕 증시 마감 직후 이 같은 답변 내용이 공개되자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가치는 하락했고, 미국 국채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연준이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 개시 시점이 내년 이후로 연기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14일 오전부터 시작될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옐런 지명자가 내놓을 답변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서면 답변 내용과 실제 답변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옐런 지명자가 물가 문제를 중시하고 있음을 강조할 것이란 예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옐런 지명자는 미국 경제에 대해 "매우 강력해졌으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민간 부문은 2010년 이후 78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냈으며, 위기의 중심이었던 주택 부문도 어려운 시기를 지나 주택판매가 크게 늘었다"면서 "미국 내 자동차 생산과 판매 역시 위기 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옐런 지명자는 "미국 경제가 좋아졌지만 금융위기와 경기후퇴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때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지난 10월 7.3%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며 "이는 고용시장과 경제가 잠재력에 훨씬 못 미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는 연준 목표인 2%를 밑돌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의 회복을 단정하기에는 실업률이 여전히 너무 높으며, 물가가 안정돼 있는 만큼 양적완화 정책을 서둘러 축소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옐런 지명자는 "연준은 보다 강력한 경기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통화정책 수단을 활용하고 있는 중"이라며 "강력한 경기회복이 확인돼야 궁극적으로 연준으로 하여금 부양적 통화정책 및 자산 매입과 같은 비통상적 통화 정책에 의존하는 것을 줄이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 등을 통해) 경기회복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통화정책에 대한 보다 정상적인 접근법으로 되돌아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못 박았다.

연준 내에서 '컨센서스 빌더(합의를 이끌어내는 사람)'로 유명했던 옐런 지명자는 서면 답변에서도 '소통'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특히 벤 버냉키 의장이 있는 동안 연준은 정책목표에 대해 보다 풍부하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 왔다"며 "통화정책은 일반 대중이 연준이 무엇을 하려고 하며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를 잘 이해하고 있을 때 가장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옐런 지명자는 자신이 '물가 2%' 등 연준의 정책목표 설정을 주도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연준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강력히 지지해 왔으며, 연준 의장으로 인준을 받게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옐런 지명자는 버냉키 현 연준 의장의 리더십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난 6년은 미국과 많은 미국인들이 어려움을 겪은 시기였다"며 "그 영향은 가혹했지만 훨씬 더 나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버냉키 의장의 현명하고도 노련한 리더십하에서 연준은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줬고, 급격한 경기 침체를 막아 다시금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며 버냉키 의장에게 공을 돌렸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