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과잉단속' 불만…"세수부족을 과태료로 메우나"

2013. 11. 16. 20:25이슈 뉴스스크랩

곳곳서 '과잉단속' 불만…"세수부족을 과태료로 메우나"

경범죄 단속 전년比 60% 급증…내년 세외수입 벌금 등 7000억 증가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입력 : 2013.11.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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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1일 오전 서울 종로2가 네거리에서 영상 촬영 장비를 이용해 교차로 꼬리물기 단속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찰은 이날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교차로 꼬리물기 등 교통정체를 가중시키는 얌체운전 행위와 횡단보도 정지선 침범 등 보행권 침해 행위를 집중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2013.11.1/사진=뉴스1
#1 30대 회사원 A씨는 지난 9월 차선위반 범칙금 통지서를 한 장 받아들고 의아했다. A씨는 경찰서에 직접 찾아가 내용을 확인한 결과 누군가가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차선위반 장면을 신고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단속된 곳은 차량이 거의 없는 곳이라 대부분 직진차로로 가다 좌회전을 한다"며 "심지어 경찰도 거의 단속을 하지 않는 곳"이라고 억울해했다. 경찰은 최근 교통질서 확립을 위해 법규위반 차량 동영상 신고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2 택시운전사 B씨는 최근 을지로 입구 4거리에서 '캠코더 단속'을 당했다. 남산 1호 터널에서 나와 시청방면으로 진입하기 위해 좌회전을 하려했지만 앞차가 밀려 신호 안에 회전을 마치지 못한 것이다.

B씨는 "교통흐름을 크게 방해한 것도 아닌데 캠코더를 들고 있는 경찰에 찍히는 바람에 범칙금을 내게 됐다"며 "조금씩 벌어서 단속 한방에 큰 돈을 내야해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정부 출범 첫해를 맞아 경찰이 각종 기초질서 위반 사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교통규칙이나 경범죄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서민 옥죄기를 통해 세수부족을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이유있는 지적도 나온다.

◇경범죄 단속 전년比 60%↑=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단속된 건수는 총 7만8723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만9762건 대비 58.2% 증가한 수치다.

세부적으로는 오물투기 단속이 2만250건으로 지난해 5244건 대비 286.2% 증가했다. 광고물 무단부착(132.0%) 과다노출(98.6%) 등으로 단속된 경우도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경찰청은 "지난해 경범죄 단속이 이례적으로 저조했던 것으로 올해 단속이 평소와 같은 수준"이라며 "오물투기나 광고물무단부착 단속이 급증한 것은 올해 '시각적 질서위반행위'에 대해 단속을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통법규 위반 단속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은 9~10월 캠코더 단속을 통해 교통법규 위반 사범을 하루 평균 477건 적발했다. 9월 이전 143건 대비 234% 증가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54개팀 108명을 '캠코더 단속팀'으로 투입하고 있다.

단속에 따른 범칙금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박남춘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교통경찰관이 올 6월까지 현장 단속을 통해 범칙금을 부과한 건수가 114만2414건으로 전년 동기 54만2087건 대비 110% 폭증했다.

교통경찰이 부과한 범칙금도 119억원에서 425억원으로 257% 증가했다. 박남춘 의원은 "지난해처럼 선거 때는 봐주기로 일관하다가 선거만 지나면 법질서 확립 운운하며 단속을 강화한다"며 "과잉단속으로 공권력 남용이나 서민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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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세수, 손쉽게 메우자?= 출범 초부터 세수부족 문제에 시달려온 정부가 비교적 징수가 쉬운 교통범칙금이나 경범죄 범칙금 단속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는 경기부진으로 법인세수가 급감하면서 연간 8조~10조원까지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분기 '반짝' 경기 회복이 있었지만 4분기 정부가 재정지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경기회복세도 꺾일 것으로 예상돼 세수부족이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2012년부터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세외수입 가운데 '벌금 및 몰수금'이 급증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내년에 '벌금 및 몰수금'으로 20조8000억원의 세외수입을 거둘 계획이다.

이는 2013년 예산안의 20조1000억원보다 7000억원, 2012년 예산안의 벌금 및 몰수금 17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3조1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벌금 및 몰수금에는 과태료 항목도 포함돼 있다.

경찰이 실제로 거둬들인 과태료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호중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경찰청의 올해 3분기까지 과태료 징수결정액은 1조61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과태료 징수결정액을 넘는 수치다.

윤 의원은 "이명박 정부 이후부터 부자감세로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경찰청을 중심으로 각종 단속을 강화하여 과태료 징수를 늘린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권 초만 되면 각종 단속이 급증해 국민에 대한 '군기잡기'라는 비난이 나오곤 한다"며 "벌금·과태료 수입을 늘려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 '창조경제'라면 창조경제는 국민을 괴롭히는 경제인 것인가"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