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3. 21:27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평생 이별된 잠깐 외출..내 딸 할머니됐네
北 88명-南 357명 2차 이산상봉돌때 헤어져 64년만에 해후…1차 방북단 귀환 눈물바다 "또 만날 때까지 죽지마라" 매일경제 입력 2014.02.23 18:53 수정 2014.02.23 19:59
"아버지, 저 알아보시겠어요?" "못 알아보겠어, 너희 엄마는?" "5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23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64년 만에 만난 아버지 남궁렬 씨(87)와 딸 봉자 씨(61)는 부둥켜안고 서럽게 울었다.
6ㆍ25전쟁 직후 어느 여름밤 친구들과 잠깐 나갔다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했던 스물세 살 아버지는 이제 여든을 훌쩍 넘겼다. 아들을 잃은 남궁 씨 양친은 당시 3년 넘게 앓다가 화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 첫날인 23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아버지 남궁렬 씨(87)가 딸 봉자 씨(61)를 만나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귀엽게 재롱을 부리던 돌쟁이 딸은 이제 환갑을 넘긴 할머니가 됐다. 큰아버지 손을 붙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하며 사무치게 아버지를 그리던 봉자 씨는 2014년 2월 23일 금강산에서 처음으로 '살아 있는' 아버지를 기억 속에 담았다. 세월의 무게 때문인지 마주 앉은 아버지와 딸은 쉽게 눈을 맞추지 못하다가 1시간 정도가 흐르자 비로소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잡고 대화를 이어갔다.
1진 상봉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금강산이 다시 이산가족들의 눈물과 웃음으로 젖어들었다. 이날 이산가족 면회소 테이블에 앉아 북측 가족들을 기다리던 남측 가족들은 오후 3시 10분께 북측 가족들이 입장하자마자 참았던 울음을 토해냈다. 이산가족 2진 상봉단은 23일부터 25일까지 2박3일간 여섯 차례, 11시간에 걸쳐 헤어진 가족들과 만난다.
2진 상봉은 1진 때와는 반대로 북측 신청자 88명이 남측 가족 357명을 만난다. 북측 2진 상봉단 중에서는 6ㆍ25전쟁 때 의용군으로 징집됐다가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내던 사람도 많았다.
전쟁통에 서울에 머무르다 고향 안동에 돌아오지 못했던 북측 전영의 씨(84)는 동생 경숙 씨를 만나자 "아니, 울분이(별명)란 말이여!"라며 껴안고 눈물을 쏟았다. 전씨는 여동생들이 "엄마가 오빠 나가시고 대문을 안 잠그고 살았어요"라며 흐느끼자 "어머니! 내가 언제 올지 몰라 대문을 안 잠그고 살았단 말이오"라며 눈물을 쏟았다.
이날 이산가족 면회소에는 애끓는 울음소리와 함께 밝은 웃음소리도 터졌다. 금강산에서 60여 년 만에 다시 뭉친 북측 최도영 씨(82)와 남측 동생 영숙ㆍ영희ㆍ경자 씨 등 네 자매는 눈에 띌 정도로 밝은 표정으로 해후했다. 이들은 꽁꽁 싸뒀던 수다 보따리를 풀었다.
한편 지난 22일 1진 상봉단은 기다림에 비해 너무도 짧았던 만남을 끝내고 기약 없는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날 작별상봉이 이뤄졌던 금강산호텔에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가족들의 통곡이 터져나왔다. 납북 어부 박양수 씨(58)의 동생 양곤 씨(53)는 "형님 건강하십시오"라고 외치며 아들 종원 군(17)과 함께 형님에게 큰절을 했다. 양수 씨는 울먹이는 동생 양곤 씨에게 "통일이 되면 만난다. 같이 살 수도 있고, 신심(믿음)을 가져라"며 달래다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남측 가족들이 귀환버스에 오르자 금강산호텔 앞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이산가족들은 열리지 않는 버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입모양과 손짓, 메모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남측 가족들 중에는 메모지에 '나중에 꼭 보자'고 써서 들어 보이거나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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