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갑 연다

2014. 6. 10. 21:3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다시.. 지갑 연다

세월호 충격 딛고… 5월 민간소비지표 개선 뚜렷 세계일보 | 입력 2014.06.10 20:18

 

 

회사원 장모(33)씨는 요즘 평일 저녁에는 술자리, 주말에는 운동 모임 등에 참석하느라 바쁘다. 세월호 참사로 한동안 취소·연기됐던 모임들을 다시 하다 보니 평소보다 몰리는 느낌이다. 그는 "한동안 모임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가 요즘은 다시 예전 분위기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로 한동안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민간소비가 살아나면서 전반적인 경기 회복 분위기가 다시 뚜렷해지고 있다. 사고가 있었던 4월에는 온 나라가 애도 분위기에 잠기면서 내수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으나 5월 들어 사고 여파가 약해지고 연휴 효과가 겹치면서 충격에서 벗어난 듯한 모양새다.

정부는 4월 경기 지표가 워낙 나빴던 탓에 2분기 전체로는 1분기보다 실적이 나쁠 수 있지만 회복 흐름을 되찾았다는 데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10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5월 민간소비 지표가 전월보다 확연하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통신사의 영업정지(5월19일 종료)가 끝난 데 힘입어 5월 번호이동판매가 89만대로 전월의 배 이상 늘었다. 번호이동판매는 지난 2월 129만7000대에 달했으나 3월과 4월에는 각각 59만2000대와 39만8000대로 줄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도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5월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매출액 증감률은 지난 1월 6.8%에서 2월 -2.4%로 역성장을 기록한 이후 3월 -1.1%, 4월 -1.4% 등으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유지하다 지난달 반전에 성공했다. 대형마트 매출액도 지난달 1.7% 늘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월 18.6%에서 2월 -23.1%, 3월 -3.7%, 4월 -4.1%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달 부진에서 벗어난 것이다.

휘발유 판매량 증감률도 4월 -0.9%에서 지난달 4.2%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는 3.9%로 전월(10.1%)보다 증가폭은 둔화했지만 올해 1월부터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사철을 맞아 주택매매 시장에도 온기가 감돌았다. 한국은행의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5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원 늘었다. 지난 2월 말(688조1000억원) 이후 3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 행진이다. 이재기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주택매매 거래량이 3월 8만9394가구에서 4월 9만2691가구로 늘었다"며 "통상 4월부터는 이사철로 접어들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안요인도 여전하다. 신용카드 승인액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은 5월 3.8%로 전월(5.2%)보다 둔화돼 불확실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 불안, 엔화 약세 등 대외위험요인도 여전한 상황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제·인문사회계 연구기관장 오찬 간담회에서 "세월호 사고 여파로 인한 경제심리 위축으로 소비와 서비스산업 생산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 등 회복세를 일부 제약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소비위축이 일부 진정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민생경제 회복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 박차 ▲리스크 관리 강화 3가지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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