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어떻게 이빨을 잃게 되었나
2014. 12. 17. 20:05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새들은 어떻게 이빨을 잃게 되었나
[한겨레] 물바람 숲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2년 뒤인 1861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시조새 화석이 발견됐다. 깃털과 부리는 까치 비슷했지만 긴 꼬리뼈를 포함한 골격과 부리 속 날카로운 이는 공룡처럼 보였다. 새가 육식공룡의 후손임을 시사하는 발견이었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날카로운 이를 지닌 육식공룡에서 어떻게 이가 없는 오늘날의 새가 되었을까. 지난 150년 동안 수수께끼에 싸여 있던 이 질문의 답이 최근 조류에 관한 대규모 국제 게놈(유전체) 연구 결과에서 나왔다.
공룡이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를 지배하던 1억1600만년 전 어느 육식공룡한테서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이에 에나멜질을 씌우는 구실을 하는 유전자 6개가 돌연변이를 일으켰던 것이다. 이를 단단하게 만드는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자 잇몸이라도 딱딱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육식공룡은 현재 살아 있는 모든 새들의 조상이었다. 현존하는 모든 새 유전체에서 이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에서 부리로의 진화가, 필요에 따라 독립적으로 일어난 게 아니라 새의 공통 조상에서 단번에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먼저 턱 앞쪽의 이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대신 부리가 발달하면서 턱 뒤쪽까지 이가 없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새와 가장 가까운 파충류인 앨리게이터에서는 이 6개의 유전자가 모두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새처럼 이가 없는 개미핥기, 수염고래, 거북 등에서도 비슷한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한국 등 20개국 200여 과학자가 참여한 이번 대규모 연구에서는 1만여종의 새를 대표할 45종을 골라 게놈을 분석했다. 9대의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빅데이터를 처리한 이번 연구에서 새에 관한 많은 비밀이 새로이 밝혀져 과학저널 <사이언스> 12일치 등에 실렸다.
울새, 앵무새, 벌새 등은 새로운 소리를 듣고 흉내 내는 두뇌 회로가 사람과 놀랍도록 유사하고, 유전적으로 매는 독수리보다 앵무새에 더 가깝다는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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