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마지막으로 사시 폐지…고시촌 ‘비장’
2015. 1. 5. 21:36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2017년을 마지막으로 사시 폐지…고시촌 ‘비장’
사법시험이 2017년 2차 시험을 마지막으로 사라질 운명인 가운데 고시준비생들이 벼랑 끝에 선 절박한 심정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4일 한 고시생이 고시촌으로 유명한 신림동을 걸어가고 있다. [김호영 기자] |
K대 법학과 휴학생 A씨(남·28)는 8년째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여느 때처럼 A씨는 독서실에서 법전을 펼쳐들고 공부하고 있었는데, 돌연 학교에서 날아든 문자메시지 때문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아직 2학년밖에 안 다녔는데 어떻게 졸업 계획서를 쓰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군대도 아직 안 갔다 왔는데.” K대는 2008년 로스쿨로 전환하면서 2018년부터 법대 학부 강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 A씨가 졸업하려고 해도 이제는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이유다. 올해 군대에 간다고 해도 전역하면 2017년인데 3학년을 마치면 법대 강의가 모두 사라진다. A씨는 “제가 입학한 2008년만 해도 70%는 사법시험을 준비했다”며 “사법시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복학을 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명문대 법대생 B씨(33)는 아직 대학생이다. 3학점만 이수하면 되지만 졸업을 미루고 10년 동안 사법시험에 응시했다. 일찌감치 취업으로 방향을 돌린 친구들은 벌써 과장급이지만 법조인 꿈을 버릴 수 없어 청춘을 모두 고시촌에서 보냈다. B씨는 1차만 3번 합격했지만 번번이 2차에서 좌절했다. 그럼에도 그는 학교의 냉대가 더 서글프다고 한다.
B씨는 “처음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학교에서 인터넷 강의 지원도 해주고 처우가 좋았다”면서 “요즘엔 독서실도 후미진 곳으로 옮겨버리는데 비오는데 우산 뺏는 격”이라고 말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사법시험이 사라지면서 고시생들의 처절함이 더해지고 있다. 1963년 도입된 사법시험은 2016년 1차, 2017년 2차 시험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고시생들에게 남은 시간은 내년 1차 시험까지로, 올해 승부를 보지 못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하지만 올해 뽑는 인원은 불과 150명으로 한때 1000명에서 85% 줄었다. 2016년에는 100명, 2017년에는 50명만 뽑아 이제는 정말 ‘바늘구멍’이 됐다. 지난해 사시 1차 응시자는 4969명으로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고시생들은 단순히 공직에 대한 미련 때문에 고시촌을 배회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나이는 이미 30대에 가까워져 취업이 힘들고, 고시에만 매달리다 보니 소위 ‘스펙’이 떨어져 로스쿨 진학도 어렵다.
고시생 김 모씨(29)는 “학점이 나쁘고 영어도 못하는데 학비까지 비싼 로스쿨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며 “법조인 꿈을 이대로 버려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법시험과 응시과목이 유사한 시험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행정고시, 입법고시뿐만 아니라 경찰간부 시험, 공기업 법률직렬, 공인노무사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A경찰학원 관계자는 “경찰간부 종합반 학생 10%는 사시에서 넘어왔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국회 일각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스쿨 도입으로 경제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법조인이 될 기회를 박탈하면 안된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지난해 사법시험을 유지하는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예비시험법’을 발의했는데, 합격자에 한해 로스쿨 졸업자와 동일한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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