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중산층 삶의 질 악화.."집 값, 교육비가 주범"

2015. 2. 12. 19:51C.E.O 경영 자료

20년간 중산층 삶의 질 악화.."집 값, 교육비가 주범"

[여가시간 및 의료지출 감소로 삶의 질 후퇴…현대硏,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제안]

우리나라 중산층이 외형적인 소득규모는 늘었지만 급격한 전월세 값 상승과 과도한 교육비 부담, 여가시간 축소로 삶의 질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발표한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질 변화' 보고서에서 "1990년~2013년 기간 우리나라 중산층은 소득 증가로 경제적 여유가 늘었지만 주거, 교육 지출 부담이 커지고 여가와 의료, 보건 소비가 위축돼 삶의 질은 악화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소득, 주거, 고용, 교육, 여가, 건강 등 6개 항목을 선별해 조사 기간 소득과 지출 측면에서 중산층 삶의 만족도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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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전세보증급 지출 및 소득계층별 교육비 지출 비중. /자료=현대경제연구원(통계청 데이터 분석)


중산층 범위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기준과 같이 중위소득 50~150%인 가구로 정했다. 이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중산층 4인 가족 가처분소득은 월 193만~579만원(중위값 약 386만원), 1인 가족은 96만~289만원(중위값 193만원)이다.

◇ 중산층 소득 늘고, 맞벌이 가구 증가= 2013년 기준 전체 1140만 가구 가운데 중산층은 765만 가구로 비율은 67.1%로 집계됐다.

중산층 총소득(월평균)은 1990년 82만원에서 2013년 384만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소득층은 32만원에서 122만원으로 고소득층은 174만원에서 781만원으로 소득이 늘었다. 연평균 소득증가율은 중산층이 7.0%로 저소득층(6.1%), 고소득층(6.8%)보다 다소 높았다.

중산층 적자가구(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액수가 마이너스) 비중은 1990년 15.4%에서 2000년 23.9%로 크게 증가했지만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2013년말 기준 19.0%를 기록했다.

중산층 가구 중 맞벌이 비율은 1990년 15.1%에서 2013년 37.9%로 2배 이상 올랐다. 고소득층 맞벌이 가구 비율은 같은 기간 18.9%에서 57.1%로 3배 이상 늘었다.

◇ 집 값, 교육비 부담 늘어 가처분소득 악화= 중산층 전월세 부담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전체 소비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1.9%에서 2013년 12.8%로 상승했다. 특히 평균 전세보증금은 1990년 890만원에서 2013년 1억1707만원으로 13배 이상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11.8%에 달한다.

최 연구위원은 "중산층 전세가구 보증금은 1990년 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1.1배였으나 2013년에는 3.1배로 3배 가량 증가했다"며 "이는 중산층 가구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3.1년을 모아야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중산층의 자가 보유비율은 1990년 39.7%에서 2013년 64.6%로 증가했다. 다만 저소득층(65.4%), 고소득층(73.6%)보다는 낮았다. 보고서는 "중산층은 주택구매가 어려운데 전월세난까지 이중적인 주거난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산층 교육비 지출 부담은 1990년 13.4%에서 2013년 20.9%로 크게 늘었다. 중산층의 학원비, 과외 등 사교육비 부담비율은 2000년 6.8%에서 2013년 10.5%로 각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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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계층별 의료비 지출비중. /자료=현대경제연구원(통계청 가계동향분석 분석)


◇ 여가, 의료비 지출은 감소= 반면 중산층 가구의 여가 시간은 줄고 있다. 오락, 문화관련 지출 비중은 1990년 5.9%에서 2013년 5.3%로 축소됐다. 물가상승 여파로 월평균 외식비용은 1990년 4만1000원에서 2013년 32만원으로 증가했다.

보건·의료비 지출비중은 1990년 6.5%에서 2013년 6.4%로 감소했다. 중산층 가구원 1인당 연간 의료비 지출은 1990년 10만5000원에서 2013년 55만9000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고소득층(16.6만 원→83.0만 원), 저소득층(6.6만 원→59.9만 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이 가장 적다는 것은 질병 치료 비용과 의약품 소비지출이 적다는 것"이라며 "중산층의 주거비, 교육비 부담이 가중돼 상대적으로 보건·의료비 지출이 위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중산층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소득 개선도 필요하나 주거 및 교육비 지출 부담을 완화시키는 한편 여가활동을 통한 소비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분양 조건부 임대주택 공급 확대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교육비 부담 완화 △근로시간 탄력 운용 △주중 저녁이 있는 삶 또는 가정의 날 선정 등의 개선 대책을 제안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