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어선의 전진기지 ‘스다오항’을 가다
2015. 2. 20. 19:36ㆍ이슈 뉴스스크랩
불법 어선의 전진기지 ‘스다오항’을 가다
입력 : 2015.02.20 09:19 | 수정 : 2015.02.20 09:44
오늘 오후 5시 50분, TV조선 설특집 중국 불법 어업 현장을 가다
“중국 바다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어요. 굶어 죽게 생겼는데, 목숨 걸고라도 한국 바다로 갑니다.”
지난 19일 취재진이 중국 산둥성 스다오항에서 만난 한 어민의 하소연이다. 중국 근해의 어장은 씨가 말랐다. 이곳이 불법 어선의 ‘전진기지’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도 황폐해진 중국 바다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난 19일 취재진이 중국 산둥성 스다오항에서 만난 한 어민의 하소연이다. 중국 근해의 어장은 씨가 말랐다. 이곳이 불법 어선의 ‘전진기지’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도 황폐해진 중국 바다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 지난달 19일 오전 중국 산동성 '스다오항(港)'에 정박중인 중국 어선들이 한국 바다로 조업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정일 조선영상비전 기자
새벽 2시. 스다오항은 분주하다. 한국과 중국 바다에서 잡아온 고기의 매매가 바쁘게 진행된다. 크고 싱싱한 물고기는 대부분 한국 바다에서 잡아온 것이다. 주로 중국 북방 어시장으로 팔려간다. 중국 어민은 “중국 앞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는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며 “한국에서 잡은 물고기가 가격을 더 높게 쳐 준다”고 말한다. 바로 이점이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였다. 스다오항에 있는 어선 1천500백여척 중 한국 바다에서 조업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어선은 불과 500척이 안 된다. 나머지 어선들은 싱싱한 어획량 확보를 위해, 한국 바다로 불법을 강행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산둥성은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매년 어획량 쿼터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어획량 쿼터의 대폭 확대를 원하는 중국 어민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높은 값을 쳐주는 우리 물고기를 더 잡기 위해 조업 허가받은 배들도 어획량을 허위 기재하거나 촘촘한 그물을 사용하는 등 불법 조업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스다오항을 깊숙이 들어와 어선을 살펴봤다. 부표로 쓰이는 대나무가 수십 개, 쇠창살, 꼬챙이 등이 필요 이상으로 많았다. 불법 조업으로 단속된 중국 어선들에서 볼 수 있던 무기들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항구에서 출항 준비를 하는 한 어선 선장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런 어구가 왜 많느냐고. 선장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만일에 사태에 대비한다”고 짧게 말했다. 이 어선은 물론 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어선’ 이었다.
- 지난달 19일 오전 중국 산동성 '스다오항(港)'에 정박중인 중국 어선들이 한국 바다로 조업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정일 조선영상비전 기자
스다오항 어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단속됐을 때 물어야할 ‘벌금’이다. 40만위안, 우리 돈 7천만원 정도다. 일반 중국 어민의 10년치 월급이다. 벌금이 너무 높은 것도 모자라, 지나치다는 게 이곳 어민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범죄는 법보다 빨랐다. 어민들 사이에선 암암리에 ‘벌금 보험’이 조성되고있었다. 불법 어선 한 척당 5만 위안, 우리 돈 880만원을 내면 적발 시 보험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보험 회사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어민들이 만든 고육지책이다.
어민들은 ‘불법’이라는 말만 꺼내면 날카로워졌다.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밝히자 4년 전 우리 해경의 죽음도, 중국 어민의 죽음도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범죄자인 것처럼 낙인 찍는 게 싫다는 반응도 보였다. 중국 어민 “높은 벌금, 중국 바다의 어획량 부족 등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 싫어 한국 정부의 단속에 저항 하는 것이다” 말한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지만 스다오항은 군사보호구역이다. 이곳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주둔하고 있다. 그만큼 경비도 삼엄하다. 어민들은 카메라가 보이면 허락은 받았느냐는 말로 쏘아붙이거나, 신고하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 불법 어선의 ‘전진기지’로 낙인 찍힌 만큼, 촬영에 대해선 날 선 반응을 보인다. 보초를 서던 군인들도 카메라를 발견하면 바로 추궁하기 일쑤다. 이러한 날카로운 분위 속에 지난 13일 스다오항을 촬영하던 우리 취재진이 감금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중국 해군은 스다오항을 촬영했다며 취재진에게 스파이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을 수차례 폭행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9시간에 걸쳐 취재진을 조사했고, 억류된 지 12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풀려났다. 중국 최대 항구라 불리는 스다오항이지만, 어쩌면 군사기지라는 말이 더 어울릴듯했다.
중국 1인당 연간 해산물 소비량은 26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산물 소비량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중국 어장엔 이미 답이 없다. 취재진이 만난 어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불법으로라도 한국 바다에 간다고 입을 모은다. ‘먹고사는 문제’, 이 강한 본능 때문에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은 당분간 사라지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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