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보의 건설사 지분 매수는 배당 독식용?
2015. 3. 30. 20:33ㆍ건축 정보 자료실
대주보의 건설사 지분 매수는 배당 독식용?
경향신문 안호기 선임기자 입력 2015.03.29 18:01 수정 2015.03.29 18:
비상장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대주보)의 주식 매수를 앞두고 건설업계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부와 대주보가 앞으로 배당을 크게 늘린 뒤 독식하기 위해 업계 지분을 털어내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주보 관계자는 29일 "30일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취득안을 결의하고 다음 달 이사회에서 주당 가격을 결정해 건설사가 보유한 대주보 지분 7465만9916주(11.55%)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주보가 건설사 보유 지분을 매수키로 한 것은 건설사에 빌려줬던 대출 원리금을 올해부터 상환하라고 요구하면서 대출금과 출자지분을 상계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410여개 건설사는 대주보로부터 8716억원의 대출금을 빌려 16년
문제는 비상장인 대주보 주식의 가치를 얼마로 산정하느냐이다. 대주보 관계자는 "장부가치는 주당 9499원인데, 회계법인의 용역 결과에 따라 9000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1만5000원이면 좋고, 1만2000원은 돼야 대주보의 주식매수에 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보에 대한 주식가치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대주보가 비상장 공기업 중 유일하게 배당을 하는 알짜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9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648억원 배당을 결정했다. 지분 5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정부는 최근 3년간 배당금으로만 720억원을 받아갔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대주보의 배당이 적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당기순이익에서 현금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인 배당성향은 최근 2년 연속 16.6%였다.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의 배당성향은 30%로 두 배가량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공기업 배당성향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대주보 지분이 가장 많은 건설사는 현대건설로 317만8617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에 따른 배당금은 주당 100원 남짓이었으니 3억여원이 돌아가게 된다. 만약 대주보의 배당성향이 40%였다면 현대건설 배당금은 8억원 가까이 불어난다. 현대건설의 대출금은 446억원으로 연간 이자는 4억4600만원이다. 배당금이 현재 수준이라면 연간 배당금이 대출이자에 못미치지만, 앞으로 배당성향이 높아진다면 이자를 감당하고도 남는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보는 무너질 수 없는 공기업인데도 청산가치 운운하면서 주식가치를 낮게 잡고 있다"면서 "이익잉여금만 2013년 말 기준 2조원을 웃돈다. 앞으로 배당금이 크게 늘어날 게 뻔한데 정부와 대주보가 이를 독식하려고 건설사 지분을 사들이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한주택보증 전신인 주택공제조합은 1993년 설립 당시 각 건설사로부터 출자를 받았고, 출자금의 최대 80%까지 건설사에 대출해줬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건설사가 잇따라 도산하면서 공제조합도 부실해졌고, 정부는 주택기금 2조원을 투입해 1999년 대주보를 설립했다.
정부는 대주보를 출범시키면서 과거 건설업계 출자금의 74%를 감자해 공제조합 당시 1조3929억원이었던 출자금은 3631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대출금 8716억원
감사원과 국회는 그동안 대주보의 건설사에 대한 대출이 특혜라고 수차례 지적해왔다. 출자금의 80%로 돼 있는 대출액 한도를 크게 초과했고, 대출금리는 제로금리에 가까운 연 1%가 대부분이었다. 담보도 없는 신용대출이었다. 게다가 건설사는 16년째 원금을 거의 갚지 않고 거치기간을 수차례 연장하며 이자만 내왔다.
대주보는 건설사를 상대로 보유한 대주보 주식지분을 대출금과 상계하고 남은 융자금을 30년간 분할상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오는 5월부터 12년간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도록 했다. 건설사로서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주보 주식지분을 팔아 대출금과 상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호기 선임기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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